남새밭 한 모퉁이
불그스름히 젖어드는 등허리
뙤약볕 아래 향기 찾아 타오르고.
깨 벌레 듬성듬성
살 보시(布施) 스친 쓰라린 흔적에
고추잠자리 담방담방
하늘 자투리로 파랗게 짜깁기 해주더니,
미소 지은 여인의 손끝에
‘똑똑’ 명줄이 끊어지고
다소곳이 포개져 칼잠 들어도
찬물 세수 한 번에 줏대 세우고
오지랖 하 넓어
온갖 먹을거리 감싸 안는 들깻잎.
쌈 된장, 마늘 한 조각
소담스레 감칠맛 어우러져
하얀 세모시 적삼
쪽빛 숙고 사(熟庫 紗) 치마 두른
여인의 섬섬옥수에
동그마니 봉긋 올라앉아
목젖이 ‘꼴깍’ 떨어지게 하니
쌀 막걸리와 제격이라.
향긋한 들깻잎에
사랑과 술
심장을 휘 감아치니.
발그스름한 발길은
와르르 허물어진
임자 없는 시골집 돌 담장 끌어안은
노을 속으로 잠겨 들고
사각사각 스치는 숙고 사 치맛바람 속으로
줏대는 사라지다.
별빛이 복숭아 향기 속에 풍덩 빠지던 그 밤
툇마루 밑 귀뚜라미 울음소릴 듣지 못했다, 나는
◇김대성=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를 졸업하고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및 고문이며 수필사랑 회원이다. 시집으로 ‘루소의 풀밭’ 등이 있다.
<해설> 남새밭 모퉁이의 들깻잎은 깨 벌레 살보시에 구멍 숭숭한 상처에다 명주 치맛자락에 제 줏대를 잃어가는 과정을 살보시와 숙고사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꿋꿋한 기질과 기풍이 명주 치맛바람 속으로 사라진다는 화자의 유머러스한 익살이 돋보인다. 우리 인간 또한 저 들깻잎과 무엇이 다르랴.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