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불안에 텅 빈 시장…손님 ‘뚝’ 매출 급감
감염 불안에 텅 빈 시장…손님 ‘뚝’ 매출 급감
  • 이아람
  • 승인 2020.02.09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역 전통시장도 ‘코로나 직격탄’…상인들 깊은 시름
서문시장야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지역 명물 서문·칠성 야시장
방문객 전년比 10분의 1 수준
中·대만 등 해외관광객 보이면
시민들 불안해하며 자리 피해
상인들 “지자체 홍보 대책 절실”


“평일에는 마수걸이(장사 개시 후 첫 판매)도 못하는 매대가 수두룩합니다.”

오승훈(37)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셀러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코로나) 여파로 매주 급격히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8일 밝혔다. 그의 말대로 한주 간 가장 붐빈다는 토요일(8일) 오후 7시30분께 방문한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야시장은 방문객 수를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휑한 모습을 보였다.

방문 관광객 중 10명 중 7명은 신종코로나 감염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일부 서문시장 야시장 상인들은 기운이 빠진 듯 매대 뒤편에 걸터앉아 지나는 고객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댄서들은 10명 남짓한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데 만족해야 했다.

복수 상인 등에 따르면 서문시장 야시장 방문객 수는 작년동기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신종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최근 대구지역에 17번 감염자가 활보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그나마 있던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특히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50%에 달하는 서문시장 야시장의 경우 신종코로나 발생 후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만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장 입구쪽에 단체로 내리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진 시민들이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상인들이 시장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신종코로나로 닫혀버린 관광객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며 “타지에서 안심하고 우리 야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홍보가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며, 서문시장 야시장이 대구 대표 관광지로 거듭난 만큼 지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8시께 들른 대구 칠성시장 야시장도 상황은 같았다.

쉼터에는 곳곳에 빈자리가 발견됐고, 음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는 손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끔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박수찬(39) 칠성시장 야시장 셀러 회장은 “지난주께 신종코로나 관련 안내 문자가 발송됨과 동시에 대기하던 고객들이 줄지어 빠져나간 뒤 손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겨울이 되면 어느정도 매출이 줄어들 것을 감안했지만 생각보다 타격이 커 셀러들의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지역민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신종코로나 사태까지 번져 대구 명물 야시장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칠성시장 야시장의 경우 시작단계부터 역풍을 맞아 상인들의 고심이 크다. 지역민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아람기자

 

한산한-와룡시장
8일 오전 아시아 중심 다국적 시장 형성된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亞 수입품 상점 모인 와룡시장
정월대보름 대목에도 거리 한산
나물 등 식재료 매출 ‘반토막’
유동인구 평년보다 30% 줄어
인근 주택 “中 상인 있냐” 문의도


정월 대보름(2·8)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신당동 와룡시장. 대목을 맞은 시장 동편과 서편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동편인 1~2 출입구 주변 상점이 북적인 것과 달리 서편은 한산했다.

발길이 뜸한 시장 서편은 아시아 수입품 상점이 모인 곳이다. 특히 시장 서편 외곽의 중국산 식료품을 파는 가게 부근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었다.

다국적 시장이 형성된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안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에 더욱 민감한 분위기다.

9일 와룡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신종코로나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지난달 말부터 와룡시장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시장 유동인구는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줄었고 정월 대보름 전날도 오곡, 나물 등 부럼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밖에 팔지 못했다.

와룡시장에서 영업 중인 수입품 상점 30여개소도 대부분 벌이가 줄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중심 16개국 수입품 상점은 지난 2016년부터 하나둘 문을 열어 전체 상점의 16%를 구성하게 됐다. 외국인 소비자는 전체의 30~40%를 차지한다.

시장 주변도 신종코로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와룡시장상인회는 인근 아파트 등에서 시장에 중국 상인이 있는지 묻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달서구청은 와룡시장에 외국인 손님이 많은데도 출입구 앞 노점상에서 꼬치 양념통을 하나만 두고 사용해 비위생적이라는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윤선주 와룡시장상인회장은 “메르스(MERS)와 사스(SARS) 모두 겪었지만 이번이 가장 피부로 와 닿는다”며 “50~70대 손님이 많아 정월 대보름을 챙기는 손님이 많은데 올해는 대목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금·토·일요일에는 외국인 손님이 더 많은데 아시아 마트들도 몸을 사리고 있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이낙현 와룡시장상인회 실장도 “전반적으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 거리 자체에 사람이 없다”면서 “시장 외곽은 몰라도 안에는 중국 상점이 없다”고 말했다.

와룡시장상인회는 상황을 고려해 이달 와룡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열 예정이던 ‘세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 6~7일에는 상점마다 마스크를 지급하고 화장실, 고객지원센터 등에 손세정제를 배부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아니라면 다른 국가에 대한 개인의 수입이나 판매 등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면서 “(신종코로나) 확진자와 유관한 점포가 생긴다면 보건소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