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과 새것의 혼란
옛것과 새것의 혼란
  • 승인 2020.02.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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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소아청소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아이들 식이 상담을 할 때 뽀로로 음료수 같은 달달한 음료를 하루에 200 이하로 제한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가끔 음료수는 아니지만 배·도라지 즙을 하루에 2-3팩씩 먹는 아이들이 많다. 가래를 없애는 데 좋다는 옛날 방식을 빌어 달달한 음료수를 무제한 제공하고 이로 인해 당분섭취가 증가하고 당연히 밥맛도 없어지는 우를 범한다. 특히 이런 경우 엄마들은 몸에 좋은 것을 먹인다는 면죄부를 얻고 아이는 달달한 음료를 눈치안보고 먹을 수 있다. 같은 사과라도 씹어서 먹는 것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내리면서 좋은 성분을 섭취하고 씹는 연습으로 두뇌발달에도 좋지만 주스를 만들어 홀까닥 먹어버리면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감정의 변화와 몸에 급격한 혈당 변화를 초래한다. 사실 약성분도 완전히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에서 항염증, 거담의 작용을 가지는 식물의 성분을 토대로 만든 약이 많고 아이들 기침약 중에 아이비엽 성분을 토대로 만들기도 한다. 배·도라지의 거담 작용을 위해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다른 부작용은 어쩔 것인가? 옛날에야 약이 없으니까 이거라도 먹으니까 조금 좋아지더라지만 지금이야 쉽게 구할 수 있고 남용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것이 얼마든지 있다. 자연적인 것은 좋고 인위적인 약은 나쁘다는 생각은 아이러니이다.

그뿐이 아니다. 토하면 체한 것이고 체하면 아직도 따러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이들은 열이 날 때 심지어 중이염일 때도 배 아프다 하고 토를 한다.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염증 작용을 일으키고(어쩌면 염증 작용은 우리 몸의 면역 아군들이 바이러스 적과의 전투를 벌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요 알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응들이 우리 몸 안의 모든 곳에 나타날 것이고 어른들은 근육통 인후통 등을 잘 느낀다면 아이들은 그런 반응보다는 일반적인 곳의 반응 특히 위·장관 반응을 잘 보인다. 체해서 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나서 체한 것처럼 보인다고도 하겠다. 토하면 일단 음식물 섭취를 중단해서 위를 쉬게 해보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어 위·장관 운동을 도와주고 그래도 계속 증상이 있으면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복통 한가지의 증상이지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손을 따면 얼마나 아플까? 물론 병원에서도 주사는 놓지만 예방주사나 치료 주사의 효과를 약으로 대신 할 수 없을 때 주는 것이고 따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본다. 더군다나 돌도 안 지난 아기에게 뜸·부항시술을 하는 것은 아동학대나 마찬가지이다.

일간지에 실린 “알러지 비염, 축농증 수술 없이 한방韓方으로 치료”라는 광고가 나온 것을 봤다. 유근피라는 나무가 콧병에 효과가 좋고 그 외에 살구 씨, 목련 꽃 봉우리 등을 더해 만든 한약을 활용하면 원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광고가 나온 것을 보게 되었다. 콧병 치료의 처음은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체질을 개선시켜 막힌 기운을 뚫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도 되어있었다. 물론 뒤의 말에는 나도 공감을 한다. 우리 몸이 코하나만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이고 내 몸의 면역 상태가 좋을 때는 알러지 비염도 훨씬 좋아진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면역체계가 붕괴되고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것이니 체질이 개선된다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체질 개선이 어디 쉬운 것인가. 평생 노력해도 성격이나 버릇하나 고치기도 힘든데 하물며 하느님이 애초에 만들어주신 우리 몸이 몇 달간의 치료로 쉽게 고쳐질 수 있을까? 한약은 기본 몇 달을 먹게 되니까 먹는 동안은 물이 아닌 이상 증상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그 약을 끊으면 다시 얼마 후 증상이 나타나고 그러면 다시 병원을 오는 환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확실히 감염의 기회가 줄어들어 6개월 이상 치료하는 동안 저절로 좋아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한 번도 중이염을 해본 적이 없던 아이가 어느 순간 6개월 정도 중이염을 무한 반복하는 경우도 있고 두드러기도 몇 달 동안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인체의 신비를 다 이해 할 수는 없고, 의사의 년 수가 올라갈수록, 나의 역할은 불편한 증상을 도와주고 병의 경과를 알려주고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치료 가이드 역할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병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현대의학의 지식 내에서 지금은 이런 방법이 좋다라고 먼저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내하는 것, 그리고 지금의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이것이 옳은가를 검증하고 반성해보고 시도해 보는 것이 현대의학의 본모습이다. 길거리 광고를 보면 너무나도 쉽게 정신 질환이나 특정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다. 우리 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절대로! 한약은 안전하고, 인위적인 양약은 좋지 않다라는 생각도 고쳐야 한다. 아이들이 초록색 야채를 싫어하는 이유가 원시시대부터 독풀에 대한 유전코드의 각인으로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되어있다는 얘기가 있으니 자연적인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옛것이 다 나쁘다는 얘기도 새것이 다 좋다는 얘기도 아니다. AI시대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좋은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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