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101년 한국영화사는 물론 92년 아카데미 영화사도 새로 썼다.
외국어 영화로는 역대 11번째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타는 첫 사례가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기생충'이 아카데미 첫 후보 지명에 이어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4개부문 수상의 쾌거를 이루었다. 편집상과 미술상은 안타깝게도 수상에 실패했다.
‘기생충’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1917’(샘 멘데스), ‘조커’(토드 필립스), ‘원스어폰어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위그),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 ‘조조래빗’(타이카 와이티티),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이다.
이중 ‘1917’과 최종 경합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많은 외신들은 봉감독이 감독상을 받으면 ‘1917’이 작품상을 타고, 샘 멘데스가 감독상을 수상하면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카데미는 '기생충'의 손을 들어줬다.
‘기생충’은 그동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한국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수상행진을 이어왔다.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유럽과 북미의 최고 권위상을 모두 휩쓴 작품이 되었다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다.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은 환호를 했으며 함께 무대에 올라 기쁨을 나눴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무대에 올라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직접 무대에 올라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놀리지만, 절대 심각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기생충' 제작진들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영화상으로 ‘오스카’라고 불린다. 아카데미상 선정은 제작자,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인들로 구성된 8천여명의 AMPAS 회원들이 개봉작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들은 출품작 중 일정기준(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일 이상 연속 상영된 영화)을 충족한 영화를 대상으로 투표를 한다.
올해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TV조선을 통해 생중계 됐다.
배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