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연기· 달달한 음악·섬세한 연출…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리뷰
노련한 연기· 달달한 음악·섬세한 연출…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리뷰
  • 황인옥
  • 승인 2020.02.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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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달리 후원자 정체 드러내
인물당 3명 캐스팅 ‘6인 6색’ 일품
흥행요소인 넘버, 귓가 사로잡아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서 공연
칼라-뮤지컬키다리아저씨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공연 모습.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눈부신 비주얼을 한 남자 배우만으로도 흥행요소는 차고 넘쳤다. 여기에 부와 품격을 겸비한 명문가의 일원이라는 배경까지 완벽하니 순정만화의 조건은 두루 갖춘 셈이다. 스토리 구조는 더욱 퍼펙트 하다. ‘내게도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여성들의 로망을 완벽하게 맞췄다. 공연이 끝나자 여성 관객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질 밖에.

남자주인공이 명품 비주얼과 엄친아의 조건으로 다가갔다면 여자주인공은 고아라는 신분을 극복하고 소설가의 꿈을 이루는 똑순이 캐릭터다. 고아원에서 외롭게 살았지만 발랄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재능있는 여성이다. 한마디로 여자 주인공의 성공스토리인데, 백마탄 왕자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고, 두 남녀의 결말은 ‘완전한 사랑’, 해피엔딩이다. 직접 관람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흥행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발표된 후 100년이 넘도록 사랑 받고 있는 진 웹스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여주인공 제루샤 애봇의 후원자이자 키다리 아저씨인 제르비스 펜들턴에게 편지로 소통하는 방식은 소설과 같다. 그러나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밝히고, 원작에는 없는 장면을 추가하며 소설과 다른 긴장감을 높였다. 키다리 아저씨가 편지를 읽고 반응하는 심리적인 모습에서 관객의 몰입도는 배가 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의 섬세한 연출과 세계적인 작곡가 폴 고든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2009년 캘리포니아에서 초연무대를 가졌다. 국내 프로덕션은 박소영 연출과 주소연 음악감독이 함께 했다. 2016년 초연 이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롱런하고 있다.

극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스타일의 이인극(二人劇)으로 진행된다. 다른 등장인물 없이 고아원 출신의 제류샤가 제르비스의 후원을 받아 소설가로 성장하는 스토리와 두 남녀 주인공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제류샤와 제르비스만으로 펼쳐낸다. 두 남녀의 심리상태를 편지를 매개로 이해하기 쉽게 녹여냈다. 2인극이라는 특성상 자칫 단조로움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워낙에 스토리 구조가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해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도 최상이었다.

초연 무대 이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또 있다. 뮤지컬 흥행 요소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뮤지컬 넘버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넘버들은 두 남녀 주인공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제르비스가 제류샤에게 맨하튼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제르비스가 부르는 ‘나의 맨하튼’은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여기에 ‘행복의 비밀’, ‘올 디스 타임’ 등의 이어지는 넘버들에 귀는 호사롭다.

이번 봉산문화회관 공연에는 세 남녀 주인공이 캐스팅됐다. ‘제루샤 애봇’ 역에는 유주혜, 강지혜, 이아진이 그리고 ‘제르비스 펜들턴’ 역은 강필석, 송원근, 김지철이 캐스팅됐다.

6명의 배우 중 어떤 조합의 공연이든 한 번 보고 나면 또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궁금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6인 6색이기 때문. 첫사랑이 생각난다면 지금 예약해도 늦지 않다. 무엇을 상상했든 무대 위에서 당신이 꿈꾸던 완벽한 첫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공연은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문의 053-422-4224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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