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취임 6년 “단원을 믿어야 훌륭한 소리가 나온다”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취임 6년 “단원을 믿어야 훌륭한 소리가 나온다”
  • 황인옥
  • 승인 2020.02.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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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됐던 단원들에 자유 선사
자유롭고 솔직한 감정 표출 관건
각자 자율성 훼손하지 않게 지휘
대중적 곡만 연주? 균형 조절 노력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 시민과의 인연
음악 감수성·예술 이해도 최상급
오케스트라-지역민 동반성장 꿈
자리서 내려와도 인연 이어가고파

매일 대구 지역 공연장들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고,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앞 다투어 대구를 찾는다. 그런데 그 많은 공연들 중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무대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연주회다. 이들은 매 공연 전석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갱신해 왔다. 대구시향은 지난해 14회 유료 공연 중 13회 매진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공연 티켓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평균 86%의 매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4월이면 대구시향 취임 6주년을 앞둔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대구시향의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대구 관객들의 예술에 대한 높은 이해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돋보이는 관객들의 음악적인 감성”을 언급하며 대구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대구시향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줄리안 코바체프의 역할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 지난 2년간 그가 지휘를 맡은 대구시향 정기·기획 연주회는 어김없이 티켓이 동이 나는 기염을 토했다. 대구시향 56년 역사상 접하기 어려웠던 기록을 그가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것. 잘나가는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어서 그런지 최근 만난 코바체프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넘쳤다. 그가 “대구의 환경과 사람들이 너무 좋아 대구가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특히 “관객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사무실 직원들과 돈독해진 관계가 대구에서의 삶을 만족감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코바체프지만 호불호는 엇갈린다. 엄격한 리더십 대신 단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코바체프의 지휘 스타일과 ‘높은 관객 동원력과 대구시향의 연주력이 과연 비례하는가’ 등의 문제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코바체프는 이런 시선들을 의식한 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가 “대구 시민들이 매번 대구시향 연주회에 찾아와 주고, 그로 인해 우리는 매번 흥행을 이어왔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성장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또한 단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스타일에 대해서도 “기교보다 감정이 실린 연주를 위해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심이 담긴 연주는 잠재된 감정이 표출될 때 가능해요. 저는 지금까지 지휘자로 살아오면서 연주자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고, 강압적인 스타일보다 자율적인 믿음이 힘을 발휘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코바체프는 대구시향의 사령탑으로 취임 후 “대구시향의 독자적 사운드를 만들겠다”라는 목표 아래 단원들과 대면식을 가졌다. 하지만 단원들의 태도는 경직되어 있었고, 마음은 쉬 열리지 않았다. 단원들은 이같은 태도는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노출되었다. 지휘자가 원하는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염려와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연주회에서 자유로운 감정 표출을 하지 못했다.

코바체프는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감성을 연주에 실어 내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단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자율성 보장에 힘을 실었다. “작곡가에 대한 존중과 단원들의 연주 기량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중에서 단원들의 진실된 감정이 투영된 음악은 좋은 연주의 핵심 요소가 되죠. 저는 이 점을 존중했고, 관객도 이런 진정성에 감동받고 계속해서 우리 연주를 보러 오신다고 생각해요.”

그는 관객을 의식한 대중적인 곡들로 연주회를 꾸려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균형”을 언급했다. 지난 5년간 관객의 요구와 오케스트라의 음색(사운드)을 반영하는 연주곡들 간의 접점 찾기를 진행해 왔다는 것. 대구시향은 지난 5년간 대중적인 곡 못지않게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홀스트의 ‘행성’ 등 어렵다는 곡들의 대구 초연 무대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균형 감각이야말로 장기적인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시민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성장해야 장기적으로 비전 있는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둘 중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대개 국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외국인 지휘자의 국내 체류 기간은 2주 남짓 된다. 공연 2주 전쯤 입국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연주회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코바체프는 대구를 생활의 근거지로 삼았다. 취임 후 2년 정도만 유럽과 미국 연주 일정을 병행하였고, 이후부터 대구에서 생활하며 대구시향에만 집중해 왔다. “점점 더 성장하는 대구시향을 보면서 매일 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제는 대구가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을 이어온 코바체프. 대구에서 5년을 보낸 그는 “대구시향과의 인연이 끝나도 대구에서 살고 싶다”라며 대구에 무한애정을 보냈다.

그의 대구 사랑은 재능 기부로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대구예술영재원 유스오케스트라 지도, 제442회 정기연주회, 대구경북 상생음악회(구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음악회 등에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대구음악제 개막 공연 지휘도 ‘노 개런티’로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는 최고의 휴먼적 에너지를 품은 도시입니다. 대구가 저를 불러 주었듯이 저 역시 대구에서 시민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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