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순기능 역기능
정치의 순기능 역기능
  • 승인 2020.0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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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를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은 모여서 사는 존재이므로 집단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필요하고 지도자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 정치가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고 애쓴다. 태생적으로 정치적 존재인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복합적 상관관계를 가진다.

사회발전의 양상에 따라 정치의 속성도 변화하고 지도자의 정치이념과 철학이 국민 각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다. 민주주의체제에서 중요한 명제는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훌륭하다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개인적 욕구에 함몰되지 않고 사회적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우리는 정치집단이 정권을 쟁취하면 공약을 내세워 국가의 근본체제를 뒤집고 국민들의 생각과 상반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오로지 정권연장에만 매달리는 경우를 봐 왔다. 집권세력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 세우지만 실상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체제의 권력유지를 위한 법규를 제·개정하고 교언영색으로 국민들을 호도한다. 선거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 집권세력이 정해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이치다. 집권당은 정치를 자랑하고 반대당은 비판한다. 문재인 정권 3년에 국민들은 나라형세가 크게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국민통합을 생각지 않고 국민 편 가르기,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증거라면 증거다. 여당과 청와대가 한 몸이 되어 권력의 열매를 나누면서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장기집권에 골몰하고 있다. 헌법과 법규를 자가당착으로 해석·활용하면서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를 다반사로 하고 있다. 정치의 윤리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정치행태가 비민주적인 것이 너무 많다. 한국정치의 심장부가 청와대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막료조직인 청와대 구성원이 계선조직인 행정각부를 하위부서로 취급하여 명령하고 지시한다.

입법부·사법부에 대한 시각도 다를 바 없다. 왕조체제같이 군림하는 자세다. 정치를 감시할 일부 언론들마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재주를 가졌다. 정치적 혼미로 나라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대통령은 달인이 된 것 같다. 그 속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의연한 자세로 일관성 있게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라에 문제가 없다면 대통령의 호연지기 정치로 칭송받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영 다르다. 검찰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못하게 한 법무부장관의 일로 정부가 곤욕을 당하고 있다. 측근야당인 정의당대표도 법무부장관의 독단적 공소장 비공개 방침은 철회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같은 이념을 가진 민변의 어떤 변호사는 울산시장 선거사건이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된다는 심한 말까지 한다. 장관이 잘못했다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은 마땅히 필요한 말을 해야 하는데도 입을 닫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제 멋대로 정치를 보자. 70명 안팎의 청와대 출신들이 총선에 나간다는 말들이 있다. 민주당은 적정 후보예정자를 추출한다고 하지만 청와대의 입김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웃기는 것은 기소처분을 받고 재판을 기다리는 청와대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출마 선언을 하고 야단법석이다. 믿는 구석이 있는지 법원판결 같은 것은 뒷전이다. 여당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권의 실세가 도대체 누구인지 자못 궁금하다.

야당의 정치판도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섰던 유승민의원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더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과 합당을 하겠다고 한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고수 정치인의 결기가 번쩍인다. 유 의원의 특출한 정치행태가 총선가도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한국정치의 앞날은 전혀 예측 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유 의원의 깊은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보수의 통합을 유도하는데 기여할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국민 중에는 현 집권세력의 독주를 보면서 국가정체마저 흔들릴까 저어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나라가 안정되어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21대 총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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