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150년 전 그녀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작은 아씨들’ 150년 전 그녀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 배수경
  • 승인 2020.02.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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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시대적 제약 불구하고
각자 꿈을 가진 ‘마치 가’ 네자매
서로 다른 선택·사랑 방식 통해
어떤 결정도 존중받아야함 시사
세상의 편견과 싸워가는 둘째 조
주체적인 여성의 삶 그려내 눈길

 

1868년 출간된 루이자 메이 올커트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전 중 하나이며 그동안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얻어왔다. 1917년 처음으로 처음 영화화 된 이래 수많은 리메이크작을 만들어 낼 정도로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개봉한 ‘작은 아씨들’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를 그레타 거윅 감독이 현대적 시각으로 재창조해냈다.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티모시 살라메, 로라 던, 메릴 스트립 등 출연진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21세기에 보는 19세기 여인들의 삶은 어떨까?

영화 ‘작은 아씨들’은 18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남북전쟁에 참전한 아버지, 가난한 살림이지만 이웃을 돕는 일에 열심인 어머니, 그리고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등 개성과 성격이 다른 마치 가의 네자매 이야기다. 어린시절, 책을 읽거나 EBS 에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네 자매 중 자신이 누구와 비슷한지 감정 이입을 하며 응원을 하던 기억을 가진 이도 많을 것이다.

영화는 자매들의 현재 모습을 먼저 보여준 뒤 조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7년의 시차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은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그녀들을 통해 현재의 그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작가 올커트는 자신의 삶을 ‘조’에게 투영했다. 소설 속 화자인 둘째딸 ‘조’는 결혼보다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쓴다. 그렇지만 배우의 꿈 대신 가난한 가정교사와의 사랑을 택하는 첫째 메그, 가난한 이를 돕다가 병에 걸려 목숨까지 잃게 되는 베스, 사랑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거라고 이야기 하는 에이미 등 서로 다른 네 자매의 사랑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내 꿈이 네 꿈과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라는 큰 언니 메그의 말을 통해 우리는 누구의 선택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1860년대는 여성의 교육이나 사회참여, 경제활동에 대한 제약이 심했던 시기였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가 글을 쓰려면 1년에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신적, 경제적 독립이 쉽지 않던 시절 작가를 꿈꾸던 조 역시 끊임없이 세상의 편견과 싸워 나가야만 했다.

대고모(메릴 스트립)는 당시의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여자의 삶의 목표는 ‘결혼’, 그것도 ‘부자와의 결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는 “여자도 감정뿐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죠. 여자에게 사랑이 전부라는 말, 지긋지긋해요”라며 항변한다.

 
어려운 환경과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배우, 작가, 피아니스트, 화가 등 각자의 꿈을 꾸는 자매의 삶도 흥미롭다. 현실 자매 같은 케미로 4인 4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이름을 숨기고 자극적인 글을 쓰던 ‘조’가 동생의 죽음 이후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순간은 감동적이다. 그녀가 쓴 소설의 끝이 결국은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보인다.

자극적인 내용 하나 없지만 135분간 마치 가의 네자매가 전해주는 잔잔한 이야기는 따뜻한 위로와 긴 여운을 남긴다. 게다가 1860년대를 우리 눈 앞에 그대로 펼쳐놓는 듯한 의상과 배경, 그리고 음악만으로도 관객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작은 아씨들’은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들의 이야기로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시대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보면 더 좋을 듯 하다.

지난 10일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 주연상(시얼샤 로넌), 여우 조연상(플로렌스 퓨), 음악상, 각색상, 의상상 6개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의상상 1개에 그쳤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호평을 받으면서 소설 ‘작은 아씨들’ 역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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