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착한 기업이 강한 기업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착한 기업이 강한 기업이다
  • 승인 2020.02.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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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나라가 여전히 긴장 속에 있다. 다행히 완치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의료팀과 보건당국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완치로 퇴원한 중국 여성 A씨가 의료진에게 보낸 감사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고쳐주는 사람에게 어진 마음이 있다.’라는 뜻의 한자 성어 ‘의자인심(醫者仁心)’을 언급하며, “내게 의료진은 의자인심 이상이었으며 절대로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의사에게는 반드시 착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도 의술과 마찬가지로 착한 기업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1976)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며, 투자자를 위한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윤을 늘리는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이는 드물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살아남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공헌에 앞장서 공동체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업이 ‘이윤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추구하여, 책임 있는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이 될 때 공동체와 건강한 관계를 맺게 된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도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단순한 방식을 넘어서 높은 차원의 공헌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안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 그것이다. CSV란 기업이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면서 종전에 공공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환경, 빈곤, 차별 등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대의(大義)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라고 한다. 고객의 영혼에 호소하는 인간 중심의 마케팅이다. 1983년 아멕스카드가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복원을 위해 벌인 캠페인이 첫 사례이다. 고객이 아멕스카드로 1달러를 구매할 때마다 회사에서 기금에 1페니씩 기부한 것이다. 캠페인이 벌어지는 동안 기존고객의 카드 사용량은 27%나 늘었고 신규 카드신청자도 45% 증가해, 아멕스는 복원에 필요한 전액인 170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자유의 여신상은 1986년 100주년 기념식에 맞추어 다시 헌정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대의 마케팅의 모범은 유한킴벌리이다. 1984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란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로 약 5천2백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숲과 사람의 공존’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숲과 나무의 소중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1999년부터는 ‘학교 숲 조성사업’을 통해 약 730여 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숲을 조성해 도시 내 학교 숲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진정성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피앤지의 다우니는 소비자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연보호활동을 통해 되돌려주며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길(295.1km)’로 ‘지리산둘레길’을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렸다고 한다. 이곳에 서식하는 3500여 종의 한국 야생화를 보호하는 캠페인을 다우니가 앞장서 꾸준히 전개한 결과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켈리 맥고니걸 교수는 ‘스트레스의 힘’에서 사람들은 공익적 목표와 연결되어 있을 때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주장하였다. 더 희망에 차 있고, 호기심이 강하고, 고맙게 여기고, 영감에 넘치며, 신이 나서 한층 더 행복하고 삶에 만족한다고 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가정 중에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익 목적에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상표를 선택하는 비율이 82%에 이른다.”고 하였다. 이같이 공익적 목표를 추구하는 회사가 더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경제적 목표의 달성가능성도 더 커진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착한 일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우선 돈부터 벌고 착한 일은 나중에 하겠다고 한다. 신현암과 이방실은 ‘빅프라핏’에서 이익을 피로, 사회공헌을 심장에 비유하였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이 이익은 기업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그 피는 튼튼한 심장에서 나오는 깨끗하고 따뜻한 피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을 뛰어넘어 세상에 공헌하는 착한 기업이 시장에서 오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면서 더 큰 이득을 누리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착한 기업은 강하고, 반드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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