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오락가락 방침…대학가 ‘물리적 한계’ 속앓이
‘코로나 대응’ 오락가락 방침…대학가 ‘물리적 한계’ 속앓이
  • 남승현
  • 승인 2020.02.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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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입학식 등 취소 상황
정부 돌연 ‘행사 추진’ 권고
지역大 “번복 불가능” 입장
중국인 유학생 격리 문제도
관광객·상인과 형평성 논란
학생들 비협조 땐 방법 없어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코로나19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침 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참고)

16일 지역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부에서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 집단 행사는 가급적 연기하거나 철회하라고 했다가 신종코로나가 다소 주춤해지면서 지난 14일에는 기존 방침과 달리 방역조치를 충분히 병행해 졸업식과 신입생 OT 등 집단행사를 추진토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졸업식, 입학식, OT 취소는 물론 개강까지 연기한 대학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교무위원회를 열어 각종 대규모 행사 취소를 결정해 학부모, 학생들에게 알린 상태에서 다시 이를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A대학 관계자는 “새 지침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판단에서 마련됐다고 하지만 보름도 안돼 정반대의 내용을 보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이미 입학·졸업식을 취소한다고 학부모·학생에게 밝혔기 때문에 번복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 자가격리 권고에 대해서도 내심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중국인 유학생 등을 14일간 자율 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총 4천209명 중 이미 국내에 있거나 휴학을 한 학생을 제외한 2천698명(대구1천397명. 경북 1천301명)에 대해 입국 후 대학 기숙사에 자가격리를 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숙사 격리에 강제성이 없는 점, 후베이성은 입·출국을 금지한 상태인데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입국전 수 차례 검사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기숙사 격리를 시키고 매일 5천명에서 1만여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상인들에 대해서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역차별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 유학생의 격리조치를 대학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에게 이달말까지 귀국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권유하자 ‘중국에서 비자발급이 늦어지거나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다. 신종코로나에 감염되지도 않았는데 왜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느냐. 원룸이나 호텔서 생활하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B대학 관계자는 “우한에 있던 교민들은 정부에서 전세기로 태워 귀국시킨 후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해 강제성도 있었고 간호인력도 많아 무난히 해결됐다”며 “대학들이 신종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강제성이 없어 기숙사에 격리를 시켜도 유학생들이 외출을 하겠다고 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 기숙사 생활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중국인 유학생도 꽤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했다.

C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1명이라도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후폭풍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기관의 입장을 수용하고 최대한 기숙사 격리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관리인력 부족 등 현실적 문제도 있는데다 하루 5천명 이상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등은 놔두고 학생들만 격리시키라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고 했다.

계명대는 1천16명의 중국인 유학생 중 신종코로나 사태이전부터 국내에 체류한 300여명을 뺀 700여명에 대해 이달말까지 입국과 함께 기숙사 입소를 권유하고 있다. 경북대도 격리대상이 아닌 중국인 유학생 343명을 제외한 나머지 486명에 대해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대는 중국인 유학생 705명 가운데 입국을 앞둔 476명에게 늦어도 이달 말까지 기숙사에 입소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신종코로나 발생이후 졸업식·입학식 등을 취소하거나 약식으로 개최하며 개강도 당초보다 2주간 연기해 내달 16일 신학기가 시작된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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