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권선거와 4·19혁명
관권선거와 4·19혁명
  • 승인 2020.02.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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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금년은 4·19혁명 6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대학3학년이었기에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기획하고 앞장섰던 그 날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승만은 85세의 고령으로 대통령 4선에 도전한 것이 1960년 3·15정부통령선거다. 재임 중 대통령 유고가 생기면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헌법을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링컨과 케네디 암살이후 부통령이 승계한 전례가 있다. 이승만 역시 후계자로 이기붕을 지명했으나 부통령선거에서 한 차례 장면에게 낙선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상대인 야당 민주당은 ‘56년 대선에서 필승의 카드로 신익희를 내세웠으나 전주 유세차 밤기차로 내려가던 중 함열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비운을 겪었다. 한강백사장에서의 서울유세는 시민 절반이 참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화 같은 지지를 받았으나 애석해 하는 국민의 통곡소리만 남겼다. 그러나 부통령에 장면이 당선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신익희에 대한 추모투표가 몰려 진보당 조봉암이 300만표를 넘는 이변이 생겨났다. 그 뒤 조봉암은 이승만의 경계대상이 되어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워 사형집행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60년 대선은 자유당정권으로서는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겨야만 한다. 이 집념은 무리수를 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최인규라는 젊은 엘리트를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그로 하여금 필승카드를 내놓도록 한다. 때마침 민주당은 조병옥과 장면을 정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신구파로 극심한 분열을 나타냈지만 근소한 차이로 조병옥을 대통령후보로 내놨다. 그런데 그의 병세가 심각하다. 2월15일 미국월터리드 육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깨어나지 못하였다. 두 번씩이나 대통령후보를 잃은 국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내무장관 최인규는 철저한 부정선거기획안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대선 전 몇 군데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부정선거는 훌륭한 시험성적을 냈다. 3인조, 환표, 혼표 그리고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선거는 여당이 승리했다. 이에 자신을 얻은 최인규는 내무차관과 치안국장 등 경찰 요직을 모두 새 사람으로 바꾸고 일선 경찰서장까지 갈아치웠다. 인사권으로 이승만에 대한 충성맹세를 시킨 셈이다.

이미 야당 대통령후보는 사망하고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기획은 이기붕의 당선에 집중되었다. 그 전에 부통령 장면이 명동에 있는 시민관 정당대회에 나왔다가 암살범의 총탄을 맞은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손가락 부상으로 그쳤지만 그것이 누구의 명령을 받고 저지른 일인지 범인은 입을 다물었다. 정읍에서 박재표순경에 의해서 환표사건이 폭로된 일도 있어 내무부는 극도의 비밀작업을 했다. 장면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전국을 누볐다. 2월28일 대구수성천변에서 열릴 예정인 야당유세장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대구시내 모든 학교에 일요일 등교를 지시했다. 이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3월8일 대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3월15일은 운명의 날이었다. 전국적으로 부정선거가 판을 치는 가운데 마산시민들과 학생들은 “부정선거를 다시 하라”고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경찰의 발포명령으로 7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그 중의 한 명인 마산상고 김주열군의 시신이 행방불명되었다. 어머니 권찬주여사는 남원에서 급히 달려와 “내 아들을 찾아내라”고 통곡하며 마산 시내를 헤맸다. 4월11일 마산 앞바다에 시신이 떠올랐고 국회 양일동의원이 조사단장으로 현장에 나가 “경찰이 죽였다”고 선언하여 제2의 마산의거의 단초를 제공한다. 김주열시신을 지키려는 마산시민들의 열망을 당시 부산MBC 전응덕 보도국장은 조재필 박재영기자가 취재한 현장녹음 테이프를 역사의 증언으로 간직하고 있다. 전응덕은 그 공로로 건국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관권이 깊숙이 개입한 부정선거의 결과는 4·19혁명으로 끝맺음되었다. 4·4전북대데모, 4·18고대데모 그리고 4·19전국학생데모는 186명의 희생과 6천명이 넘는 부상자를 냈다. 4·25교수데모에 이승만은 4월26일 하야성명을 발표하고 이화장으로 옮겼다가 야음을 틈타 하와이로 망명길을 떠나 다시 돌라오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정권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에 들어갔다. 검찰의 조사결과 13인이 기소되었다. 청와대 인사들이 여기에 들어가 있는데 법무장관 추미애는 국회에서 요청한 공소장 71매를 3매의 요약본으로 대신 내놓고 전문을 숨기고 있다. 장관이 되자마자 검찰총장 윤석열의 손발을 모두 잘라내고 새 사람들로 채웠는데 그것이 ‘장관 인사권’이란다. 최인규가 모든 경찰조직을 인사권으로 좌지우지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의 선거개입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우선이지 법무장관이 요약해서는 안 되는 중대문제다.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요청한 공소장은 가감 없이 즉시 공개되어야 국민들도 더 이상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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