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택시문 두드리면 저는 그분 마음 두드리죠…택시운전사 김 기사 ‘우리는 지금’ 출간
손님이 택시문 두드리면 저는 그분 마음 두드리죠…택시운전사 김 기사 ‘우리는 지금’ 출간
  • 황인옥
  • 승인 2020.02.18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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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듯 승객과 나눈 대화 기록
일상·정치·경제 다양하게 다루고
사회구조적 문제엔 해결책도 제시
공익 관심 갖고 꾸준한 입법 활동
“시민과 소통하며 나은 세상 희망”
택시운전수 김창호
택시운전사 김창호, 일명 김기사.

우리는지금-김기사
김기사 ‘우리는 지금’
대학생 승객이 “취업이 안 돼 걱정”이라고 호소하자 “의외로 조건이 괜찮은 베트남의 취업문을 두드려 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늦은 밤 클럽에서 뛰쳐나온 젊은 여성이 “회식 차 들른 나이트 클럽에서 부킹을 받았는데 다리가 불편해 춤을 못 춘다고 하자 ‘다리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여기 왜왔냐’며 핀잔을 들었다”고 눈시울을 적시자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조용하게 불러주며 위로를 건넨다. 택시 승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웃고 우는 이 남자는 대구에서 6개월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김 기사(본명 김창호·사진)다. 그가 택시 운전을 하며 만났던 승객과의 대화를 수필형식으로 엮어 ‘우리는 지금!’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택시는 운전기사와 승객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아주 잠깐 동안 인연을 맺는 공간이다. 그 짧은 시간에 운전기사가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하고, 승객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하며 둘 사이에 다양한 대화들이 오고간다. 대화의 주제는 소소한 생활 주변 이야기부터 정치, 경제 등의 사회적인 주제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민심을 파악하기에 택시 만한 것도 없다는 이야기는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김 기사는 택시 운전을 시작하며 ‘친절하게 하지만 인사말 외에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었다. 승객과의 에피소드들을 책으로 엮어낸 그가 의외로 승객위주 편의를 고려해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기로 한 것. 그가 “택시기사가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승객도 있을 수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승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같거나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에는 친절하고 진실되게 응수해 왔어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시대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싶어서 열심히 승객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죠.”

이번 책은 승객과의 만남을 일기형식으로 쓴 수필들을 모은 것이다. 다양한 승객들과 만나면서 그 속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자, 우리시대 소시민의 삶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책 출간을 결행하게 됐다. 책에는 비산동 인력시장의 인권유린, 초고령 택시 기사, 염색공단 경기, 로롯산업, 자영업자 문제, 카카오택시 문제, 어린이 보호차량 운전자의 대기기사 겸업을 언급한 노랑버스 등 우리사회가 당면한 구조적인 문제들까지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김 기사와 승객과의 대화에는 소소한 일상부터 전문분야까지 다양하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부터 해결책까지 깊이감이 넘실댄다. 김 기사가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동원해 승객이 제기한 질문들에 접근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승객들은 그의 깊이 있는 식견에 탄복한다. “정책 제안이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독학으로 공부했던 경험이 승객들과의 대화에 묻어나죠.”

김 기사의 깊이있는 통찰과 혜안은 그의 프로필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의료지원 프로그램 및 물류 관련 전산 프로그램 개발 등록 판매업에 종사, 기업고문, 대동상회 운영, 농어민 법정 사회단체 조직 지원, 정부정책 건의를 통한 입법 개정 활동, 청소년 선도위원 활동, 민간사회 안전망 위원장 활동, 자연보호단체 활동, 사단법인 단체 고문 등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수상경력도 화려한데 모두 공적인 기여와 관련됐다. 또한 그는 경상북도지사 표창(도정발전 기여, 2010), 보건복지부장관상(보건의료발전 기여, 20004), 대구시장상(시정추진유공시민, 2000) 등을 수상했다.

그의 프로필 중에 다수가 정책건의나 사회봉사와 관련된 점이 주목을 끈다. 그는 법에 정해진 청원이나 제안 등의 권리를 행사하는 형식을 통해 국회 입법활동 및 정책 제안에 참여해왔다. 그가 제안한 정책들은 “약자들을 지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으로는 새마을유아원 관련법 초안 작성 제정, 농어촌 보건의료 지원 법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의료보험법 개정활동, 지역주민의 주민소송 대표 등이 있다. “7번의 대선과 수차례의 총선에서 나의정책이 공약으로 반영되고 실제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이 컸습니다.”

정책제안 배경에 국민의 삶과 공익에 대한 기여가 깔려 있었다. 적법한 절차가 있다면 국민 스스로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법 제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론이 개입했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삶의 연장이었다. 이전이 정책 제안이나 봉사활동 등의 형식을 취했다면 택시 운전은 보다 직접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택시 기사로 일을 하는 것이나 책을 출간한 것 모두 이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도가 컸어요. 그 속에는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더 노력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지요.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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