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자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자
  • 승인 2020.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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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나무에 결이 있고 땅 위에 결이 있다. 그리고 그 결 따라 모든 것은 흘러간다.
비가 오면 비는 땅 위로 떨어진다. 땅 위로 떨어진 비는 땅의 결 따라 흘러간다. 같은 날에 내린 빗물이라도 땅의 결에 따라 어떤 빗물은 동해로 흐르고, 어떤 빗물은 서해로 흐른다. 모두 결 따라 흐른다. 결 따라 흐른다는 것은 자연스러움을 의미한다. 물길을 가로막고 억지 길을 내지 않아도 물은 늘 흐르던 대로 흐른다.
사람에게도 결이 있다. 사람들 손에 지문이 있듯 마음에도 지문 같은 고유의 결이 있다. 그 결은 타고난 결도 있고, 살면서 만들어진 결도 있다. 타고난 결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천성(天性)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성은 타고난 것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사슴이 고기 대신 풀을 좋아하고, 사자가 풀 대신 고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타고난 천성 때문이다. 까불이 긴팔원숭이는 까불어야 편하고, 나무늘보는 나무에 붙어 가만히 있는 것이 편하다. 그리고 동물들은 비슷한 종(種)끼리 타고난 천성대로 모여 살아간다. 천성은 이렇듯 바꾸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살면서 만들어진 결은 숲 속 길과 비슷해서 바꿀 수도 있다. 길이 없던 곳에도 사람이 자주 오가고, 산짐승이 발길 자주 닿다 보면 풀은 자라지 못하고 그 곳에 하나의 길이 난다. 숲에 난 길처럼 우리가 어떤 자극에 비슷한 반응을 계속하다 보면 하나의 반응 패턴이 생긴다. 그러면 다음 자극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패턴대로 비슷한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의 결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결도 영원하진 않다. 자주 왕래하지 않으면 풀이 나서 길이 사라지듯, 사람의 마음의 결도 얼마든지 바뀌기 마련이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내게 울상을 하고 찾아왔다. 한 시간 가량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간관계의 힘듦을 토로했다. 특히 오래 사귄 친구 때문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와 그 친구는 너무나 결이 달랐다. 늘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내게 찾아왔던 그 사람은 마음이 여린 편이고,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질 줄도 아는 부드러운 감성의 사람이었다. 반면에 그의 친구는 공격적이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잘 주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던 그와는 오랜 인연의 시간만큼 마음에 상처도 많았다. 필자는 궁금했다. 왜 그 사람과 계속 만남을 이어 가는지. 그의 대답은 "저 친구의 성격과 나의 성격이 안 맞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맞춰 가면 된다고 생각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맞는 말이다. 처음부터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필자는 한다. 그래서 늘 관계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그에게 얘기해주었다. "그 사람과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즉, 결이 맞는 사람과 만남을 시작하고 그 사람과 더 깊은 나눔을 더 자주 가지시면 좋을 듯합니다."라는 말이었다.
물이 결 따라 흐르듯 사람의 만남도 결 따라 흐르면 편안하고 좋은 관계로 발전된다. 결이 맞는 사람과는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된다. 행동이 경직되지 않고, 생각이 혼란스럽지가 않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생각이 혼란스럽다는 것은 결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에 맞춰 자르고 붙이고, 득과 실을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이 복잡해지고 만남이 불편해진다. 반면에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냥 편안하다. 일부로 상대에 맞는 행동을 만들 필요도 없고,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다. 계산도 필요 없고, 붙이고 자르고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하면 된다. 그 흐름이 마치 물이 결 따라 흐르듯, 관계의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과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그곳에 쏟을 에너지를 결이 맞는 사람에게 반만 쏟아도, 아니 반의반만 쏟아도 관계는 좋아진다.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자. 그리고 그들과 삶을 공유하자.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을 지혜롭게 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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