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용기
시작하는 용기
  • 승인 2020.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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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유권자에게 선거는 새로운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제도가 바뀐다는 것은 규칙이 바뀐다는 것이고 수혜자 집단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적절하다.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는 양대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역구 기반 다수결제를 중심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21대 총선에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다당제와 더불어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정당득표율 3%라는 기준을 넘어서면 3~4석을 가질 수 있고 이런 정당 2~3곳만 연합해도 입법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을 채울 수 있다.

이에 바뀐 제도로 비례 당선을 꾀하는 정당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꼼수를 부리는 거대정당도 있지만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새로이 탄생하는 정당에 관심 가져볼 일이다. 이제는 거대 정당의 전장지가 된 국회를 좀 바꾸어야지 않겠는가.

양당 정치에 익숙한 국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정당은 여야 대표 정당 2개, 나머지 대여섯 개의 정당이 있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 등록된 정당이 39개이다.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예비정당도 20개 정도에 이른다.

다양한 의제들을 내세운 정당들의 목소리도 좀 들어보자.

옷만 갈아입거나 새로 짝짓기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정당 창당 가운데 눈에 띄는 행보가 있다.

우리 여성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호명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자 주권자로서, 자유와 평등, 공정과 혁신, 참여와 대표의 동등한 실현을 위하여 ‘여성의당’ 설립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었다. 여성의당 창당선언문이다.

실제 정치현실은 남성중심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창당한 조선여자국민당(위원장 임영신)은 신한국 건설과 남녀평등권을 표방하고 ‘여성의 힘을 모아 남성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민주사회 건설’을 정강에 담았다. 당원이 30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3년 후 출범한 제헌국회는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 첫 선거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여성국회의원은 17%에 불과하다. 2020년 현재 국회 83%, 광역자치단체장은 10%, 기초자치단체장은 97%, 광역의회의원 81%, 기초의회의원 69%가 남성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기존 정당의 남성중심성, 관료화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여성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새롭게 탄생하는 여성주의 정당은 진보정권의 여성주의 실천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함께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2018년 ‘미투’ 정국, 연인원 35만 명을 불러낸 ‘혜화역 시위’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2030 젊은 여성들의 정치력 성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꼭 여성의 당을 만들어야 하나?. 경험 없는 여성들이 시도하는 여성당이 제대로 되겠는가.” 의심은 맞다. 그럼에도 누군가 이 일을 하고자 한다.

이런 희한한 당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가?

영국에는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이 있다.

스웨덴에는 2005년 창당해 5년 후 지방의회에 진출한 ‘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Feminist Initiative 약칭 F!)’, 노르웨이(2015년), 핀란드(2016년)에도 여성주의 정당이 있다. 1980년 세계 최초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최고의 성평등 국가인 아이슬란드에서도 1983년 ‘여성연맹(Women’s Alliance)’이 탄생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북유럽에서도 여성주의 정당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제 중심의 작은 정당은 시작하는 용기 그 자체로 이미 성공이다.

유권자들도 시작하자. 사표 심리 탓에 작은 정당을 찍지 못하고 거대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문제를 해결해줄, 마음에 드는 의제를 제시하는 정당에 흔쾌히 한 표 꾹 찍자.

유권자도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를 바꾸는 일은 우리가 뽑은 정치인에게 맡기면 되지만 그 정치인은 우리가 뽑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주인으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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