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신화 속의 새(2) - 새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이집트 신화 속의 새(2) - 새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 승인 2020.02.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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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교육학박사·아동문학가
이집트의 신전이나 무덤 속 벽화에는 수많은 그림과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 기억하겠다는 결과의 산물일 것입니다.

무덤의 경우에는 그 무덤 주인공의 행적과 공적을 새겨두고 있습니다만 신전(神殿)의 경우에는 그 신전에 모셔진 신의 능력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능력은 곧 인간의 기원으로 이어집니다. 하늘과 땅의 신에게는 각각 하늘의 바람이 순탄하고 땅이 기름져서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달라는 바램이 그 새김 속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태양, 사막, 건축, 지혜, 평화와 정의, 나일 강, 지옥, 악어 등 둘레의 모든 것에는 그것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보고, 이 신들을 위한 신전을 지어 그들을 모시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좋은 것은 계속 번성하게 하고, 악한 것은 억눌러 달라는 기원을 담았는데 이때에 표현되는 신의 모습은 사람의 얼굴과 더불어 짐승이나 새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라 할지라도 불멸의 업적을 세우면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신이 이모텝이라는 건축의 신이자 의학의 신입니다. 이모텝은 몇 천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건축물을 많이 건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병을 고치는 의학에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 파라오로부터 중책을 받았고 백성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기에 신으로 모셔졌습니다.

새의 얼굴 모습을 한 신에는 앞서 언급한 ‘라(Re)’나 ‘마트’ 말고도 ‘호루스(Hours)’와 ‘토트(Thoth)’, 게브(Geb) 등이 있습니다.

호루스는 태양과 하늘의 화신으로서 매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표현됩니다. 오시리스 왕과 이시스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호루스는 아버지의 원수인 세트(Seth)를 죽이고 통일 이집트의 왕이 되었는데, 태양신 라와 동격의 위치와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호루스는 지혜로웠으며 참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에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리하여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삼촌 세트를 기어이 몰아내고 통일 왕국의 왕이 됩니다.

이에 이집트의 여러 지역에서 호루스를 수호신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이는 많은 지역에서 호루스가 존경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 지역에서는 매를 성조(聖鳥)로 받들고 있습니다. 영화 ‘킹 라이온’은 이 신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혜의 신인 토트도 사람의 몸뚱이에 따오기의 한 종류인 이비스새의 머리를 가진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토트는 원래는 달의 신이었다고 합니다. 달력의 계산을 주관하는 신으로서, 나중에는 산술(算術)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 일반의 신이 되고, 또한 언어를 발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록과 통역의 신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호루스가 세트를 물리칠 때에 호루스가 정의의 편이라 생각해 큰 도움을 준 것도 토트였습니다. 토트는 죽은 자를 심판 할 때에는 명부(冥府)의 신 오시리스 앞에서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그 무게를 기록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 때 아내인 마트 신의 날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날개 보다 심장이 무거우면 그 사람은 죄가 있고, 가벼우면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게브 신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케브(Keb)로 불린 이 신은 대지(大地)의 신으로서 지상의 만물을 지배했습니다. 본래 배우자인 천공(天空)의 여신 누트(Nut)와 한 몸이었으나, 공기의 신 슈(Shu)가 누트를 높이 떠 올림으로써 그들의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았다고 합니다. 상징화된 모습은 대지를 의인화해 사람이 옆으로 길게 누운 채 커다란 관과 원반을 쓴 머리에 거위를 얹어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위는 기름진 땅이 있어야 살아가기에 붙은 상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신화(神話)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낸 믿음의 소산물입니다. 고대 사람들의 믿음 속에는 이처럼 새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인간과 새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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