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치명적 위기 부르는 치명적 자만
[이효수 경제칼럼] 치명적 위기 부르는 치명적 자만
  • 승인 2020.02.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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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치명적 자만이 치명적 위기를 부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집권세력은 치명적 자만에 빠져 치명적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치명적 위기가 집권세력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적 위기가 경제, 외교, 안보, 국방, 국민 분열, 포퓰리즘 중독, 신뢰, 정의, 상식과 같은 사회자본의 붕괴, 이념전쟁과 국가 정체성 위기 등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오는 말이다. 대통령의 가슴을 뛰게 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 대통령의 머리에 가득 찬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은 과연 무엇이었나? 취임 초기에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것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지만 현재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 리더십에 대한 희망이 불안으로, 다시 절망과 분노로 바뀌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소득주도형 성장을 내세우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단행했다. 비정규직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이를 줄여야 하고, 최저임금도 적정 수준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민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소득주도형 성장 정책을 발표 추진하자, [이효수 경세제민 (20)]은 정부의 정책목표와는 정반대로 경제 성장과 분배구조를 모두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소득주도형 성장의 역설’을 주장하면서,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소득주도형 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집값을 잡겠다면서 18개가 넘는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대부분의 정책들이 주로 반시장적 정책으로 정책 실패가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안정된 주거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므로, 집값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경제 원리에 반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효수 경세제민 (65)]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이 또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신뢰, 상식, 정의는 한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자본이다. 조국 사태와 이에 대응하는 대통령, 여당 및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행태는 이 중요한 사회자본을 붕괴시키고 있다. 거짓과 위선이 한 사람의 일탈된 행동을 넘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정부가 추진하는 왜곡된 검찰개혁, 법무부 장관의 비상식적 언행 등은 그동안 이 나라에 축적된 신뢰, 상식, 정의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 19’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참으로 걱정스럽고 놀라운 일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코로나의 지역사회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국경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 심지어 법무부장관은 미국의 선제적 방역통제에 대해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국민들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을 의식하는 등 정치적 접근으로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아 화를 키워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정책, 코로나 19 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처, 외교, 안보, 국방 등에서 집권세력은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오늘날 경제는 매우 복잡하게 움직이므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코로나 19 전염병 예방도 보건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여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 삶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전문가들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 목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수단이나 접근 방법으로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전문가의 전문성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일각에서 심각하게 우려하는 데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체주의 내지 사회주의로의 체제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현 집권세력이 ‘치명적 자만’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서 비전문가들이 얕은 잘못된 지식으로 전문가의 충고를 무시하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자만’이다. 체제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면, 이 또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자만’이다. 치명적 자만은 치명적 위기를 부른다. 문제는 그 치명적 위기가 집권세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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