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전문성, 그리고 무시와 왜곡
의사의 전문성, 그리고 무시와 왜곡
  • 승인 2020.02.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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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 마크원외과의원 원장
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의사의 전문성을 구성하는 3대 기본 요소는 의학지식(medical knowledge), 의학술기(medical technology), 의료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다. 만약 이들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피해가 환자뿐만 아니라 동료의사들에게도 돌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특히 이 중 ‘의료전문직업성’은 의사들이 갖춰야만 하는 윤리의식의 기초를 이루는 요소이기도 하다. 의료전문직업성이란 진정성, 탁월성, 명예, 의무와 같은 전문인으로서의 기본자세뿐만 아니라 책임감, 봉사정신, 타인에 대한 존중과 같은 윤리적인 덕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에게 윤리란 일반적인 ‘사회윤리’와는 달리 전문직업성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개념으로서 직업의식과 윤리의식을 따로 구분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 즉 의사로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우선시해야한다는 덕목은 모든 의사들이 응당 가지고 있는 전문성 그 자체이다. 따라서 작금의 의사에게 있어 ‘전문성’이란 자기 개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속 사회와 환자를 위해 신종코로나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힘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유행이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무시와 왜곡으로 악화되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대한의사협회는 사태 초기인 지난 1월 26일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중국 주요 5개 지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었고 이후에도 수차례 중국으로부터의 전면 입국 금지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해왔다. 만약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들이 피감염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며 이렇게 일파만파 확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론으로 치부한다면, 맞다. 결과를 따져 이야기하는 것이다. 근거중심의 현대 의학에서 ‘잘못된 결과’는 ‘잘못된 과정’의 탓이다. “전문가집단의 권유를 정치적인 입장이라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의사협회장의 발언이 결국 옳았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깨닫게 되었다 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현재의 이 결과 말이다. 지난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이 여타 칼럼과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부실한 전염병 방어 시스템을 비판했던 적이 있다. 아시다시피 그때와 지금의 행정부는 다르며 정치적 스탠스도 다르다. 의사 집단의 전문성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 안에 ‘의료윤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일반적인 사회윤리의 범주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그 어떠한 행정부라 하더라도 지난 과오를 계속 반복할 뿐이다.

베트남은 우한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일찌감치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입국자를 차단한 41개 국가 중 하나이다. 2월 21일 기준 베트남의 확진자 수는 16 명이며 이중 15 명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동일한 시간을 매우 다르게 보낸 2월 23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602명인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사태 초기, ‘우한 코로나’ 라는 명칭은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신종 코로나’로 불러야 한다고 권고하는 강력한 배려심을 보였던 정부가, 정작 최근 행정부 문서에서 ‘대구 코로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논란이 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왜곡되어 있었던 결과물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애당초 광범위 입국제한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정책의 피해자인 대구시민들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할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이제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히려 경제논리, 정치논리를 우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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