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 안치를 수도 없고…”
예비부부들도 시름 깊어
업계도 예식 줄취소 타격
대구지역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 이후 첫 주말 부부가 된 신혼부부들은 하객석 대부분을 비운 채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예년 같으면 봄철 성수기로 접어들 예식 업계도 타격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23일 오후 배모(33)·성모(여·29)씨 부부는 고민 끝에 대구 수성구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진행됐다. 하객 인원은 청첩장을 받은 400여명 중 100여명에 불과했다.
신랑·신부와 혼주를 제외한 사람은 모두 예식 내내 마스크를 썼다. 하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예식을 지켜보다 사진 촬영 때만 잠깐 벗었다. 예식 후 하객 대부분은 밥을 먹지 않고 답례품을 받아 돌아갔다.
성씨는 “결혼식에 못 온다는 전화를 연달아 받고 이틀 전까지 식을 치를지 고민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을 돌리고 예식을 진행했지만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예비부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하객 참석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위약금 문제 등으로 결혼식 취소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달 초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모(32)씨는 예식을 간소화하거나 연기할 계획이다.
김씨는 “자녀를 둔 친척 대다수는 불참을 전해온 상태다. 열심히 준비한 결혼식이 허무하게 끝날까 걱정되지만 하객 안전을 위해 예식 날짜 혹은 내용 변경을 고민 중이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각 예식장에는 결혼식 연기 혹은 취소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A예식장은 지난 18일 이후 예식 취소·연기율이 90%에 달했다. 대구 수성구 B예식장도 18일부터 4일간 5쌍이 예식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예정대로 식을 올리는 부부에게 최소보증인원(당일 결혼식장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을 줄이거나 특별 위약금을 적용해 주기로 했다.
A예식장 관계자는 “예약이 취소되면 미리 준비한 식자재를 버리고 운영 인력을 다시 조정해야 해 업체 측 부담이 크지만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무상으로 예식 연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B예식장 관계자도 “식사는 식사대로, 답례품은 답례품대로 준비해야 해 이중고다”며 “날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 성수기인데 지난해보다 예식이 많이 줄어 직원 인건비도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결혼식에 더해 돌잔치 등 각종 경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 한 돌잔치 전문 음식점은 내달 1일까지 휴점을 결정하고 22일부터 2주간 예약된 돌잔치를 전부 연기했다.
정은빈·김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