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사랑
  • 승인 2020.02.24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
주부
딸아이와 볼일을 보러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딸이 뜬금없이 “엄마, 물어볼 게 있는데. 엄마 첫사랑은 누구야?”라고 질문을 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딸이 ‘사랑’에 관심이 있나? 사랑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생겼나? 딸의 나이가 꽃다운 나이 열여덟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고2라는 학생신분으로만 생각하고, 대학입학과 관련된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한창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흐흥”하고 웃기만 하고 있으니 재차 묻는다. “엄마 첫사랑 누구냐니까? ” 허참 꽤나 집요하게 물어댄다. 큰 소리로 말했다. “ 너 아빠야!” 딸도 나도 크게 웃었다. “엄마 거짓말 하지마, 아빠는 절대 아닐거야. 첫사랑 기억나? 언제였어? 지금도 생각나?” 엄마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물어댄다. “너 아빠 맞다니까. 그라고 지금 현재 눈 앞에 쌓인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있다해도 생각이 나겠냐. 너 오빠 재수생이지. 니는 00대 가고 싶다는데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아빠는 오늘 어디 같이가자고 약속해놓고 tv나 보고 있지. 금요일 또 멀리 출장가야되지. 눈앞에 일이 산더민데 첫사랑은 무슨” 그래도 잘 생각해봐. 첫사랑이 잇을거 아냐. 그래 중학교때 좋아했던 영어선생님. 아니면 초등학교에 좋아했던 짝궁이 있었네. 그게 첫사랑인 것 같다.

딸은 3년전에 좋아햇던 여자아이가 무척이나 보고싶단다. 저번에도 그 아이랑 헤어졌다며 속상해했었다. 직접 만난적도 없는 페이스북 친구였다.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공감을 잘 해주다보니 좋아졌단다. 선물도 주고 받고, 대구에서 경기도까지 가서 한 번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엄마인 홍희가 혼자서는 못 간다고 해서 결국 직접 얼굴도 못 보고 헤어졌다고 한다. 뚜렷하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연락을 안 하겠다고 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현실 여자친구도 많았지만 딸은 그 아이를 잊지 못해 한동안 울상을 지었다. 알 수 없는 일이였다. 현실에서는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잘 해결해 나가는 아이였다. 남자친구도 아니고 여자애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먼저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안 보니까 그리운 것이고 직접 연락을 해서 얘기가 잘 되면 앞으로 계속 연락을 할 수도 있고, 연락이 안 되거나 냉랭하게 받으면 니 마음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저 번에는 상처받을 까봐 겁을 내더니 이번에는 그럴수도 잇겠다며 담담하게 엄마의 말을 듣는다.

첫사랑 얘기가 나와서 과연 첫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누군가 좋아하는데 이게

‘사랑’이구나 느낀 첫사람이 첫사랑인가, 그렇게 느낀 사람과 사귄 것이 첫사랑인가였다. 처음에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껴도 사귐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알게 해 주었다면 첫사랑이지 않을까로 결론을 지었다.

정말 요즘은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쁜 나날들이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아무 느낌도 없는 상태다. ‘사랑’이라는 단어에서도 그렇다. 딸에게 수없이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내고 문자로 그 말을 듣지만 그 말을 하거나 들을 때 뜨거운 또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없고, 황홀한 느낌도 없다. 그저 편안하고 기분좋은 ‘사랑해’다.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랑해다.

그래 사는게 바쁘다보니 많은 것을 잊고 지낸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고, 사는게 바빠서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다. ‘사랑’이 싫어서가 아니라. 네이버에 검색하다보니 참 닮은, 사람의 말이 있어 인용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은 지워지고 삶은 더욱 뚜렷해진다. 계산할 수 있는 연봉, 몸에 걸친 옷과 가방, 그리고 부모, 나아가 부모의 삶까지도. 그녀의 삶의 슬픔까지 사랑했다던 나는 어디로 갔나. 삶이 지워질수록 ‘그녀’라는 사람은 더욱 선명해진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