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맹신과 사회적 책임
신학적 맹신과 사회적 책임
  • 승인 2020.0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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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사회적 위험성을 알리는 어떤 뉴스가 매스컴에 등장하면, 교계에도 어김없이 유포되는 뉴스(?)가 있다. 하나님의 지켜 주심을 믿고 그 위험성을 무릅쓴 무용담에 대한 뉴스이다. 이런 일은 이번 ‘코로나 19’의 위험성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었을 때에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중국이 기독교를 핍박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심판하신 것’이라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교회 행사를 진행했더니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셨다’ 는 등의 뉴스(?)가 떠돈 것이다. 이런 것은 SNS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생산하여 유포한 주관적 주장이니 뉴스라고 할 수도 없지만 파급력은 공식적인 뉴스에 못지않다.

그러나 ‘세계화’와 ‘인맥’이라는 크고 작은 네트워크로 얽혀있는 우리는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을 긴밀하게 서로 주고받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들만은 지켜 주신다.’는 신학적 맹신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검증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 맹신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무척 크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의학적 문제를 종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신학적 맹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러한 신학적 맹신은 사회적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반드시 초래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우리나라는 대여섯 차례, 전염병의 공습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의학적 지식이 매우 약하여 전염병을 귀신의 탓으로 여겼다. 그래서 홍역이나 천연두 등의 귀신을 섬기는 사당을 마을 곳곳에 세워 두고 제사를 드렸다. 그러나 의학적 문제를 종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이 같은 접근은 효력이 없었다. 그런 방법으로는 전염병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반해 당시 내한한 의료 선교사들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접근했다. 물은 반드시 끓여먹고, 손과 입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의학의 힘으로 전염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이겨내는 것을 본 당시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것은 한국 선교가 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14세기 중엽, 당시 유럽에서 최고의 인구를 가지고 있던 피렌체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전 인구의 삼분의 이가 죽었다. 그러나 피렌체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였던 베네치아는 흑사병의 경로가 동쪽인 것을 알아내고 해안에 방역 시스템을 확립했다. 동쪽에서 오는 배들을 무조건 정박시키고, 흑사병 균의 잠복기간인 40일이 지나기 전에는 베네치아에 입항하지 못하게 했다. 또 시내 곳곳에 치료소를 세워 환자들을 돌보았다. 당시에는 아직 일반적으로 전염병을 신이 내린 징벌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흑사병이 일반인이나 사제들을 구별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신학적 맹신에서 벗어나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대비책을 세워나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초기에 유대인들이 전염병의 피해를 적게 입은 것을 보고 유대인들이 병균을 옮겼다며 그들을 박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원인이 외출 후, 집으로 들어올 때 법규에 따라 손과 발을 씻는 그들의 독특한 습관에 있음을 알고서, ‘손 씻는 것’을 경로추적이나 격리와 함께 전염병의 예방책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교회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교회는 ‘코로나 19’와 같은 의학적 문제에 대해 무지한 신학적 접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접근의 하나는 “하나님께서 그 분의 자녀인 우리는 지켜주실 것이다.”라는 신학적 맹신이다. 그러나 오히려 ‘신도가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와 ‘친밀성 있는 교제’를 특성으로 하는 교회는 전염병이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이 오히려 높다. 더구나 중세에 전염병에 걸린 신자들을 자주 방문해야 했던 당시의 사제들의 치사율이 높았던 것처럼 오늘 날의 종교인도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심판론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사태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신천지’를 심판하기 위한 하나님의 방편이라는 것도 의학적 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무지에 불과하다.

이번 ‘코로나 19’의 문제와 관련하여 교계는 의학적 문제에 대한 신학적 맹신에서 벗어나 의학에 근거한 사회적 책임을 진실하게 이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일 예배를 가정에서 드리기로 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이번 결정은 매우 합당한 결정이다. ‘신천지’도 ‘코로나 19’와 관련한 자신들의 책임을 진실하고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그들의 폐쇄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며, 종교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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