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다는 건
나이든다는 건
  • 승인 2020.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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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영분

눈이 기물가물/뿌옇게 흐려져온다/환청인 듯 가까운듯/멀어져가는 소리/늘 쓰던 단어조차/입에서 뱅뱅 뭐지 뭐지

무릎조차 성치 않아/뒤뚱대는 걸음 거리/굽은 허리 일으켜/자존심 곧추세우고/거친 숨 한번 고루며/하늘 한번 바라보네

가을걷이한 들녁인 듯/바람 일렁이는 가슴엔/보고 싶다 보고 싶다/오십년 만에 들어보는/갈래머리 숙이 목소리/메아리처럼 파고 드네/밀물처럼 다가오는 그 때 그 시절/어느새 흐르는 뜨거운 눈물

눈길에 미끄러져 다쳤다는/정다운 이웃친구 전화/꿈에서 깨어나듯 놀란 가슴/싸하니 찬바람이 분다/춥다 참 많이 춥다/가슴 가슴 포개어/꼭 인아 주며 우리 살자

◇靑蘭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시간을 갖는 시간을 갖기로 한 마음을 번역하는 낱말을 타고 여행을 떠나면, 평소 익숙한 언어로 번역될 수 없는 새로움에 대한 자극이 느껴진다. 늘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막상 자유로움이 하루를 가득 채우면 왠지 모르게 혼자 붕 뜬 것 같이 불안하다. 자유로운 생활이 불안 하다는 게 참 슬픈 구절이다. 이는 자유롭지 못한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지난 일들을 빠짐없이 기억한다거나, 완벽하게 재현한다거나, 매일매일 암기하는 것이 추억의 본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추억으로 인해 자신 안에 무언가가 생겼다면 그것이 바로 지난 세월의 근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풀어 놓는 것이 닿는 곳이 삶의 경계가 되어 그만의 존재를 일깨운다. 이 세상을 살아낸 것치고 눈물겹지 않은 것이 없다. 본시 우리 모두는 순수한 존재 그 자체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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