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이 더 중요한가
  • 승인 2020.0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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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전 세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 초기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지난 13일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하였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집단행사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 방역조치를 병행해 추진하라고 권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라는 격언과 같이 정부가 방심하는 틈을 뚫고 지난 18일 우리 지역 특정집단에서부터 감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남으로 인해 유래 없는 국가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사건은 이미 2002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MERA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통해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방역 기반은 좋아졌지만 방역 행정은 메르스 때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는 국내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에도 접촉자 기준을 느슨하게 하여 2차 감염의 빌미를 제공하였으며, 무증상 내지 경미한 증상 상태에서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를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만을 중심으로 한 경직된 매뉴얼 운영으로 증상 발현 후 접촉자 관리에만 치중함으로써 방역에 실기를 해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전염병의 초기 단계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초기에 발생국인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을 철저히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에야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이 이미 이동을 통제하고 있던 후베이성(湖北省)에 대해서만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초기 차단에 있어 실기를 하는 등 방역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중국인의 입국을 완전히 차단한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다 우리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고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던 지난 20일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3만여 명에 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후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금년 상반기 방한을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 시기는 외교 당국 간에 조율하기로 했다”고 했으며,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선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제한적 조치에 그쳤던 이유에 대해 “중국을 겁내니 이런 것은 전혀 관계가 없고,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는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상호주의가 작동되는 경우도 있다”고 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한결같이 중국 여행객 전면 입국 금지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이유가 중국 주석의 상반기 방한에 매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하거나 한국인을 격리 조치하는 등 ‘한국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적반하장으로 코로나19 전염병의 발원지인 중국이 오히려 우리의 코로나 사태를 언급하며 “예방 조치가 느려 걱정된다. 중국을 배우라”라거나 “한국은 (중국) 시험지를 베꼈는데도 결과가 나쁘다”며 조롱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25일부터는 중국으로 입국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격리하거나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중국이 한국을 위험국 취급하는 처지가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불행히도 많은 공무원과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사태의 초기 단계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의 지지가 높은 정권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국가적 재난을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버림받게 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사태를 계기로 방역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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