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유통업계의 위기 극복
[박명호 경영칼럼] 유통업계의 위기 극복
  • 승인 2020.03.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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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도 크게 위축되면서 올해 2%의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풀뿌리 서민경제의 핵심인 중소 유통업을 비롯한 자영업은 가히 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지난 달 대통령이 전통시장 반찬가게를 찾아 경기를 묻자 한 상인이 “거지 같아요. 장사가 너무 안돼요.”라고 말한 사건이 현실경제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주체인 소상공인들의 자생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기업은 보다 창의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소비자들은 지나친 소비위축 심리에서 하루속히 탈피해야 한다. 영세 유통업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의 내수경기가 최악의 수준이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지난 해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 부진을 경험했다.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위기극복을 위한 처방 마련에 크게 고심하고 있다.

지난 달 중순 롯데쇼핑은 향후 5년간 전체매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2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유통회사’를 탈피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회사’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핵심은 오프라인 매장을 다른 차원으로 변신하고, 온라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사상 첫 적자를 낸 이마트도 경영진을 교체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구조, 고객에 대한 집중, 그리고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결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의 변신은 눈여겨 볼만하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선구는 아마도 일본의 츠타야 서점( 屋書店)일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을 내세우며 을지로에 문을 연 ‘아크앤북(ARC·N Book)’도 비슷한 사례다. 츠타야의 가장 큰 장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데 있다. 책을 카테고리에 따라 진열하는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코너를 마련해 진열한다. 예컨대, 요리 코너에는 요리와 관련된 소설, 실용서적, 에세이, 시집 등이 한데 모여 있다. 여기에다 요리에 필요한 그릇, 도구, 그리고 식재료까지 함께 판매한다. 이것은 진열방식의 단순한 변화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는 차별화다.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안’하는 ‘서비스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향후 롯데쇼핑이 구현할 라이프스타일 매장은 어떤 형태가 될지 궁금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도 불가피하다. 쇼핑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무인점포가 보편화되는 등 소비습관과 유통방식이 비대면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매년 급증해 2017년 94조1천877억 원에서 지난해 134조5천83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롯데쇼핑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고객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달 론칭하는 그룹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 온(ON)’을 통해서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쓱닷컴(SSG.COM)’은 오는 6월 간편결제서비스 ‘SS페이’를 통합할 예정이다. 이로써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펼쳐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온라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 동안 대형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가혹할 정도의 정부 규제 때문에 경쟁력이 약해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가 자생적, 창의적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여건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선진기업들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부정적 상상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더 랩에이치(THE LAB h)의 김호 대표는 “위기 사건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데 있어 긍정적 사고는 독약이라며, ‘괜찮겠지’ ‘설마’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했다. 유통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겨 들을만한 지적이다. 요즈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 당국에게도 이 말은 시금석이 될듯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통찰한 대로 우리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전염병을 비롯한 여러 위험이 국가나 지역의 경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폐렴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 지구적으로 확산됐다. 철학자 김용규는 그의 저서 ‘신’에서 이를 ‘글로벌 위험사회’라고 규정했다. 유통업의 글로벌화는 범위와 속도에서 어떤 업종보다 앞선다. 따라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만으로 유통업의 위기 해결을 온전히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유통업계의 재도약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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