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의 굴레, 필요한 것은 성숙한 개인
재택 근무의 굴레, 필요한 것은 성숙한 개인
  • 승인 2020.03.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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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지난 2월 27일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는 ‘착한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 경제인 단체에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요청했다. 여기서 ‘착한기업’이란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 중인 기업을 의미 했고, 해당 경제인 단체는 회원사에 일괄 문자 전송으로 ‘착한기업’의 파악을 진행했다.

재택근무를 해야만 ‘착한기업’?

코로나19 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현실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여러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해야 하는 업무환경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지역 내 일부 기업의 폐쇄 소식이 연이어 들리는 요즘 같을 때는 재택근무라도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위한 업무시스템조차 갖춰놓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재택근무를 시작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업무공간을 청소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며, 귀하다는 마스크도 지급했다. 가능한 외부 출장을 줄이고, 외부인과의 미팅도 자제했다. 업무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조치를 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무엇 하나 편한 상황은 없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콕 짚어 ‘착한기업’으로 분류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못 착한 기업’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재택근무로 냉가슴 앓는 ‘착한기업’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 즈음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들은 기업대로 난감하다. 일주일 정도면 잦아들 것이라 생각해 전격 재택근무를 진행 했으나 상황은 점점 더 증폭되어가고 있으니 언제쯤 재택근무를 중단해야할 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기업의 전체 또는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 급격히 떨어진 업무효율도 문제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한 박자씩 늦어지고, 업무의 분배 또한 쉽지 않아졌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필요한 업무도 발걸음이 느려졌다. 실제로 지금 진행 중인 업무조차 원활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말이 재택근무지 유급휴가나 다름없어지고 있는 상황도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출근을 시키고는 싶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자꾸만 나빠지고 있으니 이제 와서 전원 출근을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

재택근무는 업무평가의 다른 말

업무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는 쉽지 않다. 집은 언제나 편히 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다. 그런 환경 안에서 당장이라도 드러누워 TV를 볼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웬만한 마음가짐으로 쉽지 않다는 말이다. 월간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썼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지금의 안락함에 대한 대가는 곤궁함이다. 바쁜 현재를 보내고 나면 월간지 발행 후 입금되는 고료에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고료가 들어온 기쁨에 젖어 오늘의 업무를 소흘히 한다면 여지없이 한 달 뒤에는 그만큼의 아쉬움이 돌아왔다. 지금의 재택근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재택근무를 하는 구성원의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재택근무를 기회로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구성원이 있다면 긴장해야 할 듯. 지금 그대가 보내고 있는 그 시간에 다른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업무를 해나가고 있을 것이니 지금의 안락함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그대의 몫이다.

기업에도 성숙한 개인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평범했던 일상이 모두 무너졌다. 기업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더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할 수 없다.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반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워졌다. 기업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서 형식의 틀은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형식을 걷어내고 내용으로 살펴야 한다. 기업에서 내용으로 성과를 만드는 중심은 구성원이다. 업무의 형식이 재택근무이든, 출근이든, 유연근무이든 간에 기업에 필요한 개인의 업무는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따른 성과 또한 이어져야 한다. 성숙한 개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형식을 지배할 컨트롤 타워가 그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 성숙한 개인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 힘겨운 코로나19의 터널을 견디고 그 이후에 몰아칠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서 기업의 오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업이 오늘을 버티는 힘은 성숙한 개인, 성숙한 구성원에게 있다. 잠시 풀어놓은 마음이라면 다시 한번 동여 매주길 바란다. 평생 함께할 직장이 아니라도 오늘을 함께하는 이들이 함께 내일을 맞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성숙한 개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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