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은 대경인의 정체성으로
위기극복은 대경인의 정체성으로
  • 승인 2020.03.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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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인 내고향 대구가 중국 발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코로나 19' 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감염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패닉상태가 빠져있다. 대구시내 주요 건물에는 대부분 병원이 자리잡고 있고, 대구권에는 4개 의과대학과 2개 한의대, 약대와 간호대에서 배출되는 의료인력만 해도 양과 질적인 면에서 비교해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자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을 무색하게 오늘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선 보습을 보고 느낀 감정은 참 쓸쓸하다.

'대구 폐렴' '대구 폐쇄'라는 진중하지 못한 발언 토해내는 정치인과 행정당국, 다른 지역에서 사투리를 쓰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연들이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것은 대구 시민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대구 폐렴'은 "대구와 경북이 지금 상처를 받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는 지나갈 테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라며 지역주의 조장을 비판하면서 "지금은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며, 혐오와 배제의 언어가 아니라 연대와 우의의 손을 건내달라"고 당부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구 시민들을 돕기 위해 기부와 희생과 봉사의 손길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연민(compassion)이라 부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2권>에서 연민이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괴로움에 대해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맹자가 말하는 사단 중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의미하는'측은지심(惻隱之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민이라는 감정을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스피노자, 니체는 '연민'을 "비합리적이고 나쁜 행동으로 이끄는 도덕적 감정"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들 철학자들은 이성과 의지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애덤 스미스 같은 친 연민주의자는 인간의 이성보다 감정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들 철학자들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 또는 생명체를 돕기에 적합한 도덕적 감정인 '연민'을 이 사회가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카코 대학의 법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도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괴로움을 고통스러워 하는 감정인 연민이야 말로 정의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연민의 필요조건으로는 지금의 고통이 그 사람이 자초해서가 아니라(고통의 부당성) 그리고 나도 그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예상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지역 대구에서 발생되고 있는 코로나 19의 상황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연민의 필요조건과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은 대구 시민이 특별히 무슨 잘못을 해서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든 대구와 같은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연민으로 타인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게 되면 본인도 마음속을 뒤흔드는 기쁨과 감동이라고 불리우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말하고 있다. 우리 같이 '감동과 기쁨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기 위해 연민의 감정으로 서로 서로 도와 이 난국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였으면 좋겠다.

대구를 보는 시각은 너무 다르다. 대구경북은 자유당 시절에 '대한민국의 모스코바'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진보세력의 중심지였지만, 1960년대 고도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쪽에서는 산업화의 주역으로서 보수의 성지라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유신정권 이후 민주화운동을 억압한 기득권 세력으로써 고담대구라고 조롱한다. 대구경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코로나 19 사태로 불거진 지역주의가 덧칠되면서 대구라는 도시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근대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대구는 이미 1907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국채보상운동은 나라 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려는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애국지사, 상인, 가정주부, 예인 등 각계각층을 한마음 한뜻으로 모은 경험이 있다. 1960년 2월 28일에는 정치 부패에 맞서는 순수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우렁차게 독재타도를 외친 경험도 있다.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운동으로 이웃들 간의 협동정신을 경험한 적도 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연민을 받지만 어려울 때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 대경인의 정체성이 아닐까. 이 어려움, 대경인의 정체성으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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