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맞는 코로나19 봄
동네서 맞는 코로나19 봄
  • 승인 2020.03.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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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대구지역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환자 사건으로 반찬 나눔 행사 당분간 연기합니다”

발 빠른 조치에 안도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니 궁금해진다. 반찬 나눔을 안 해도 될까? 지역사회는 개인이 일상을 유지하는, 생존하는 현장으로 지원이 없다면 살아가기 힘든 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살면서 세계화의 현상을 혹독하게 경험하는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다. 매화향기 달콤하고 개나리가 노란 꽃을 선보인다. 자연이 이렇듯 봄을 준비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특정 지역, 특정 단체와 개인에게 퍼지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우리가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나 싶다. 개개인의 각자도생의 삶이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과 공동운명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들어보지도 못한 바이러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루하도록 평범한 일상, 조금 더 쉬고 싶던 고단한 일꺼리가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게 된 지금, 우리의 삶이 개인이나 국가의 수준을 넘어서는 그물망으로 존재하며, 예측하기 힘든 일상적 재난 앞에서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것을 목도하며 확인하였다. 별일 없지요? 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중앙정부는 방역을 위해 대면접촉을 못하게 전면 금지하더라도 지역단위에서의 지원은 어떤 식으로든 지속되어야 한다. 노약자, 장애인 등 지원에 의존하는 주민들의 생존은 이웃하는 주민이 일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냥 동네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주체로서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민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그러한 역할을 맡게 되는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전염병 조기 종식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사회의 초동대처 능력이 훨씬 강화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감염병 대응은 지방정부의 역량이 최대 결정요인인 만큼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지방정부의 대응·대비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현 정부가 집권 초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런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는 대통령의 공언에 머물고 큰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지방분권 정부, 지역을 살리는 정부라는 믿음이 무너져 가고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서 사람과의 거리두기가 강조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거리는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최소한의 공간을 말한다. 사회적 거리는 두더라도 심리적 거리, 사회적 책무는 강화하자.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적, 인적,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개인들이 주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인식하여 공동체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 좋은 시점이다.

실제 지역은 공공의료시설이 재정적자로 폐쇄되거나 축소되어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공급하지 못해 국가적인 위기의 순간에 병상이 부족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등 공적 활동 기반이 약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 판정을 받은 뒤 마을 이장에게 전화해서 함께 살던 마을 주민들에게 미안함을 전하자 주민들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며 감쌌다는 사례에서 보듯이 선한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선한 의지들이 공동체 위기 시 공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오스카상 4관왕 주인공인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며, 창의는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다. 지역에서 개인이 느끼는 문제와 해결방법이 가장 국가적인 것이다. 위기상황에 지역사회를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계를 요구하자. 그것이 자치분권이다.

우리 마을에서 우리가 할 일과 우리 주민자치센터, 우리 구에서 할 일, 우리 시에서 할 일이 정해지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단계적으로 매뉴얼화되어야 한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의 약자를 돌보는 일은 주민으로부터 시작되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이를 평상시에도 주민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하자. 공동체가 위기 시에 마을 단위에서부터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된 주민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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