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2억 마리 - 순리와 무리
참새 2억 마리 - 순리와 무리
  • 승인 2020.03.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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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생각해야 할 명제(命題) 가운데에 ‘순리(順理)’와 ‘무리(無理)’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순리는 글자 그대로 ‘마땅한 이치나 도리’로 설명됩니다. 이에 비해 무리는 ‘도리가 아니다’ 혹은 ‘이치에 맞지 않다’로 풀이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무리수를 두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1958년부터 1960년까지 3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약 4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세계 1,2차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니다.

중국 전역이 이렇게 끔찍한 재앙에 휩싸이게 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참새 때문이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새가 얼마나 많았으면 그러 했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참새가 거의 사라지고 없어서 생긴 일이라 하니 의아해집니다.

1949년 공산 이념으로 국가 주석이 된 마오쩌둥은 식량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1958년 어느 날 한 농촌 마을을 방문한 그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농부들에게 식량 증산을 독려하자 새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새는 해로운 새이다. 이 땅의 모든 참새들을 없애도록 하라.”

그로부터 바로 ‘참새섬멸총지휘부’라는 부서를 신설하고 참새 박멸에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마을 단위로 얼마나 많이 잡았는지를 점검하였습니다.

물자가 넉넉하지 못하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물을 마련하지 못하고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참새 잡이를 시작하였습니다. 꽹과리와 피리, 심지어는 놋쇠요강까지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들고 나와서 참새를 따라다니며 계속 울려대었던 것입니다. 또 먼저 앞으로 가서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마침내 참새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해전술(人海戰術)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라에서는 화학공장에서 생산된 독약을 마을단위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때에는 참새뿐만 아니고, 쥐와 모기 그리고 파리까지 모두 박멸하자는 이른바 ‘사해물퇴치운동(四害物退治運動)’을 함께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먹을 것에 독을 넣어 새들에게 뿌려졌습니다. 새들은 전멸하였습니다. 공식 집계로 2억 2천 마리를 잡았다고 공포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반대로 식량 생산이 도리어 줄어들었습니다.

까닭은 새들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메뚜기를 비롯한 온갖 곤충들이 창궐(猖獗)하였던 것입니다. 새들은 곡식 알갱이나 축내었지만 메뚜기들은 아예 곡식의 줄기까지 모두 갉아먹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당국에서는 급히 소련으로부터 참새를 공수해 와서 농촌에다 도로 놓아주게 되었습니다. 약 2천만 마리를 실어왔다고 하는데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는 형세였습니다. 그 참새들이 다시 늘어나 곤충을 잡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세월을 허송해야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제까지는 꽹과리를 두들겨서라도 참새를 잡으라고 하였는데 오늘은 참새들 앞에서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참새를 많이 잡았다고 받았던 훈장은 도리어 부끄러운 증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순리에 따르지 않고 즉흥적으로 무리수를 둔 결과는 비참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굶어죽어 나갔고, 마오져뚱은 국가주석 직에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그는 홍위병을 통해 다시 돌아옵니다.

지금 우리 둘레에는 이와 비견되는 무리수가 없을까요? 나중에 역사가 가려주겠지만 적폐 청산 문제, 탈 원전 문제, 선거법 문제, 극단적 대립구도 형성 등 많은 문제들이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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