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4주 동안에도 쉬지 않을 아이들의 자람을 위해
힘겨운 4주 동안에도 쉬지 않을 아이들의 자람을 위해
  • 승인 2020.03.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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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대구 전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모두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인간에 대한 경외를 느끼는 동시에, 문 밖에서 서로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진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서글프다. 마스크 몇 장을 사기 위해 두어 시간의 줄을 서며 분노하다가도, 창문 너머로 매화꽃의 개화를 확인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몇 주 전의 일상이 대단히 먼 상상으로 느껴지는 것이 신기한 요즘이다.

결국 개학은 23일로 연기되었다. 어쩌면 마스크 한 장 구하기 어려운 지금의 시점에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맞벌이 부모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어차피 이 시점에서 개학을 하더라도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수의 환자 발생은 물론 어린 자가격리자만 대거 양산할 것이 뻔하다. 힘겨울 4주의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꾸준하게 자란다. 문득 이들이 한 달 동안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책이 집에 없다면 전자책으로 구매하여 읽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인터넷으로 올 한 해 동안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드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이제까지 읽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별 도서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온 가족이 모여서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사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미래교육연구원 홈페이지에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있긴 하다. 학생 학교도서관 카드에 적힌 개별 아이디만 있으면 바로 가입이 되고 전자책을 읽을 수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학생에게 발급된 도서관 카드를 지금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전염병의 예방을 위한 다양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금의 추세를 보았을 때 개학 연기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중요하다. 30초 동안 바르게 손을 씻는 것, 화장실의 위생적인 사용 예절, 기침할 때 소매에 하는 습관, 가글을 자주 하는 것 등은 집에서 수시로 지도되어야 한다. 또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손으로 눈, 코 등 얼굴을 만지는 습관, 턱을 괴는 습관 등을 가진 친구들도 많다. 내 아이가 이러한 습관이 있는 지 살펴보고,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는 교정해야 한다.

특히 개학하고 나서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예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 친구들과 적정한 거리를 떨어져서 이야기하는 것, 식사 시 친구들과 이야기 하지 않고 조용히 먹는 것 등을 지도하여야 한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실천하기까지는 부모님의 충분한 사전지도, 반복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밖에서는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는 연습도 필요하다. 또 마스크가 답답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턱 아래로 걸치거나 코 쪽을 느슨하게 만드는 아이들도 많다. 나 역시도 최근 교실 안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숨이 이만저만 막히는 것이 아니다. 몇 시간만 넘어가도 귀도 아프고 말이다. 나도 이런데 개학 후에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집에서 사전에 몇 시간 참고 끼는 것, 그리고 생활하는 것도 철저하게 연습해 둬야 한다. 이 기간에 학습과 관련해서 새 학년의 공부를 미리 해 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초등학생의 경우라면 학년 말에 받은 새 교과서를 한 번 넘겨보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꼭 주요 교과목이 아니더라도 책의 목차, 삽화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학습을 하게 될지 예상해 본다면 늦게 시작될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일기 같은 경우에도 독서라든지, 가족을 돕는 하루라든지, 자신의 의견, 내가 본 뉴스 등 직접 나가서 경험하지 않아도 다양한 소재를 떠올려 써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기란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도구이지, 나가서 하는 특별한 활동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코로나19 때문에 반복되는, 가족 네 명 모두가 둘러앉은 저녁 식탁이 참 어색하더란다. 모두가 바쁜 일상 속에서 학원이니 야근, 회식 그리고 각자의 약속들도 참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강한 순간을 우리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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