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참 한심한 국가 리더십
[이효수 경제칼럼] 참 한심한 국가 리더십
  • 승인 2020.03.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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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국가 리더십의 진면목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잘못된 국가 리더십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위기 수습 과정에서도 참혹한 국민적 희생을 초래시킬 위험성이 높다. 심각한 국론 분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해 왔다.

중국 우환 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응 자세와 대응 능력을 살펴보면 국가 리더십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있는가를 누구나 알 수 있다. 국가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해외에서 창궐한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되어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그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고, 해외 유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방역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대한의사협회나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의 여러 차례에 걸친 강력한 권고를 무시하는 등 치명적 자만에 빠져 결국 국가적 재앙을 만들어 놓고, 사태가 악화되자 그 책임을 특정 지역이나 특정 종교집단에 전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위기대응능력이 없으면 무능한 것이고, 위기대응 실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거리를 찾고 있다면 부도덕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른 정치적 의도로 소홀히 했다면 국가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한 것이고, 국민을 기만한 범죄행위이다.

신종 전염병이 창궐하면, 전염병 발생 국가로부터 감염원의 차단이 방역의 가장 중요한 1차적 단계이다. 많은 국가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차단하였고, 전문가들이 강력히 권고하였고 수십만 국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창궐 지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이야기처럼, 시진핑의 심기를 고려해서인가? 아니면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위해서일까? 만약 시진핑의 심기나 방한을 고려한 것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국민의 생명마저 소홀히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만약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위해서였다면, 방역 실패가 더 심각한 국민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무능한 것이다.

한국에 비해 중국 의존도가 현저하게 높은 대만은 2월 7일부터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환자 수를 3월 8일 기준으로 보면, 감염원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대만 45명(사망 1명), 베트남 21명, 필리핀 7명(1명) 등으로, 감염병이 잘 관리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선제적 차단을 하지 않은 한국 7천134명(사망자 50명), 이탈리아 5천883명(233명), 이란 5천823명(145명) 등은 결과적으로 고위험국이 되었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 발원국인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차단에 실패하면서 결국 방역에 실패하여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방역체계와 의료 인프라가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국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여 아우성이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이 방호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병실을 확보하지 못하여 확진 환자마저도 자택에 자가격리 되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고위험 국가로 인식되어 3월 8일 현재 103개국에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당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고립되었다. 국가 위상은 크게 추락하였고, 국민들은 해외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다. 하늘길, 바다길이 막히면서 항공, 여행 관련 산업 등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감염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영업 등 내수시장도 사상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면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가 이 지경에 빠졌는데, 집권세력은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 한 마디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방역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코로나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다”라고 했다. 심지어 정부합동 명의로 ‘대구 코로나19’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어 마치 대구가 발원지로 오해되게 했다. 여당 수석대변인이 대구 봉쇄를 주장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해명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 신천지 압수수색을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정치 쇼를 했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는데 그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외무부 장관은 ‘스스로 방역 능력이 없는 나라가 입국을 제한한다’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하여 맹목적 충성을 하다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고 국민들을 속이고 모독하는 이런 한심한 작태들이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입니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메르스 사태 때 한 말이다. “현재 메르스 때 경험과 학습효과가 있어서 과거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이 참상을 보고도 그들은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화자찬식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참, 한심한 국가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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