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
  • 승인 2020.03.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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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력감과 공허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끝이 안보이는 공포감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절박함과 동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서로 상반되는 욕망들이 삶의 현장 여기저기서 느껴지기도 한다. 지역사회를 포함한 나라 전체가 불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 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울화가 치밀고 만정이 다 떨어진다. 가족간에도 부지불식간에 불쾌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신경과민 현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니 이 얼마나 불행인가?

현실의 어려움과 소망의 부재는 고통체감지수를 배가시킨다.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단면들을 풍자하는 용어 중에 ‘양동이 속의 게 증후군 (Syndrome of crabs in the bucket)’ 이라는 말이 있다.

양동이 속에 게를 잔뜩 담아 놓으면 위로 올라가는 게를 다른 게들이 끌어당겨 올라가다 떨어지고 올라가다 떨어지고 한다. 결국 소위 상대방이 잘 나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런 풍토를 말한다. 상대방이 잘 돼야 나한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경자년 새해를 맞으면서 비록 인사치레 일지라도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가슴을 달래주고 희망을 이야기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3월이 오고 봄이 오고 있는데도 최근의 우리는 서로 화난 얼굴과 거친 언사에 지쳐 있다.

경제지표는 암울하고 북핵문제 해결의 기미는 기대난망 그 자체다.

1930년대 초 대공황 때 미국을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다.

“나라가 불안할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십니까?”

“휘파람을 즐겨 불지요.”

기자는 다시 물었다.

“휘파람을 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그러자 루스벨트는 대꾸했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휘파람을 불어 본적이 없어요.”

위 한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무한한 ‘긍정과 희망’의 정신을 지닌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실업률이 25%가 넘었던 대공황 와중에서 대통령이 왜 불안하고 두렵지 않겠는가.

국민이 불안해 할까봐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즐겨 불던 휘파람 소리마저 내지 않았다.

루스벨트는 “두려움 그 자체가 가장 큰 적” 이라고 외쳐대며 ‘두려움과 불안’을 ‘신뢰’로 바꾸는 데 성공하여 대공황을 극복하는 기적을 연출하였다.

사람들은 바로 목전에 희망을 보면서도 ‘정체 모를 두려움’ 때문에 주춤거린다.

두려움을 자아내는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 올 때 스스로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말해라.

“누가 그런 엉터리 말을 했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후한서 왕패전에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뜻의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말이 있습니다. 질풍지경초는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인생은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 세상은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도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라는 공자의 말씀이 적혀 있다.

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다.

지금 아픈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종이 더 아파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이런 말을 했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고,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인생” 이라고 말입니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서로가 하나 되는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4월 총선을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 진영논리와 편가르기도 더욱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편승하려는 온갖 책략이 전략이라는 미명하에 난무할 것이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풀고 차이를 존중하는 데 우리 사회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통합을 소리높혀 외치면서 오히려 갈등을 재촉하고 화해를 말하면서 분열을 야기하는 숱한 말들이 난무할 것이다. 남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 독선은 사회적 공해이자 민주주의의 적이 되기 십상이다. 부단한 상호 비판과 소통 앞에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열려있는 말만이 진정한 담론일 수 있다. 결국 말과 실천에는 역지사지하는 마음 즉, ‘입장 바꿔 생각하고 말하기’가 요체다.

균형잡힌 자존(自尊)의식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말과 차분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작금의 국가위기 사태를 이겨내고 험난한 파고를 넘는 지혜로운 대한민국이 되어주길 소망하는 것이 너무 과한 욕심인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면서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대한민국이 되길 진정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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