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책임론
코로나 책임론
  • 승인 2020.03.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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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급기야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고 밝혔다. 권시장은 지난 4일 국민주권연대 대구경북본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바 있는데 8일 다시 책임을 언급했다.

대경주권연대는 권 시장이 “지난달 18일 31번째 확진 환자 발생 후 신천지 대구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비롯한 적극적 대책을 취하지 않아 광범위한 코로나19 감염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며 “대구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해 지휘 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감염확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야 할 강제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또 확진자인 대구 서구 보건소 감염예방팀장이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고 근무해 다른 공무원에게 전염시키는 등 지방공무원법상 성실·복종·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음에도 권 시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들이 참여한 대책회의에 확진 환자와 접촉한 대구 부시장을 참석시켜 감염병예방법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 맞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지방자치제를 하는 국가 아니냐’라며 ‘대구시장이 일 할 의욕이 없는건지 그냥 일을 못하는건지 사건이 커지고 있는데도 신천지 감싸기로 보이는 태도에 화가 났다’는 등 비난의 글도 많이 보인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만났을 때는 야당 대표들이 문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인 국민을 갑자기 가해자로 둔갑시켜서 책임을 씌운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전세계 주요 국가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고 부당한 격리조치를 당하고 있는 데도 속수무책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쏟아진 코로19 대응 책임론에 관해 “책임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후에 복기하면서 다시 검토하자”며 우선 협력을 당부했다.

인터넷에는 정부를 비난하는 글도 넘친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마스크도 미리 준비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감염예방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마스크가 품절되고 몇 백만 장씩 중국에 보냈다며 비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몸에 붙어 한국에 대량 살포될 것은 자명한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초기에 입국제한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대량감염은 피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때문에 대구경북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힘들게 됐다며 정부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구지역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전쟁중이다. 언제 어디에서 또 다른 뇌관이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확진자 수 감추기에 급급한 일본에서 대형사고가 나면 중국입국자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 일본에서의 입국자가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논쟁은 의학적·정책적 판단이 다를 수 있는 문제라 지금 논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지금은 들어온 오염원을 찾아내는 일과 중환자 격리가 더 중요해 보인다.

재난보도 규범이나 재난관리에 관한 교과서에 보면 책임과 원인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책임추궁을 하게되면 원인규명이 힘들어 진다고 돼있다. 다들 책임추궁을 받게 되면 원인규명을 회피하게 된다. 재난보도에도 책임추궁에 앞서 원인추적이 더 중요하다고 돼있다. 책임이 앞서면 원인 추적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한쪽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덮어씌우고 한쪽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씌우고 있다. 지금은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역의 한 원로는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에 임하는 태도를 ‘한심하다’고 표현했다. 지역 언론들이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조장하는 그 프레임에 따라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때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에너지를 쏟아서는 안된다. 그동안에 죽어나가는 것은 대구시민이다. 적재적소에 대구시민을 살리려는 자원을 배치하고 빨리빨리 손발을 맞춰 대책을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은 나중에 따지자. 작심하고 책임추궁문제로 가는 정치인과 언론은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지하철 참사를 두번이나 겪은 대구시민들이 그동안 원인규명은 고사하고 자신들 이익만 챙겨온 무책임한 정치권에 이제는 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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