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 (正鵠)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 (正鵠)
  • 승인 2020.03.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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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미스터트롯 준결승에서 최연소 정동원과 최고령자 장민호의 경연이 있었다. 정동원의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장민호가 정동원을 안고 웃으면서 무대에 나왔다. 관중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 동안 두 사람의 합숙생활을 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삼촌보다도 더 알뜰살뜰하게 장민호는 정동원을 챙겨주었다. 함께하는 무대 위의 공연모습도 장민호의 배려하는 모습에 모든 관중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심사위원들 전원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결과는 정동원이 장민호를 뛰어넘는 점수가 나왔다. 장민호는 환하게 웃으면서 “잘했어!”라고 정동원을 축하해 주었다. 장민호의 꾸밈없는 웃음과 상대방을 끊임없이 배려하는 어짊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맹자는 “화살을 만드는 사람도 갑옷을 만드는 사람만큼 어질다. 그러나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치지 못할까 걱정한다.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칠까 걱정한다. 병을 고치는 무당과 관을 짜는 목수도 마찬가지이다. 환자의 병을 무당이 고치면 관을 짜는 목수는 일거리가 없어진다. 어떤 일이든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공자께서는 ‘어짊(仁)에 머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선택하는 일일수록 어짊에 머물러야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어짊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린 높은 벼슬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최고의 편안한 집이다. 어짊을 행하는 사람은 활쏘기 하는 사람과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먼저 몸을 바르게 한 후에 화살을 발사한다. 설령 발사해서 명중시키지 못해도, 자기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이켜 반성할 뿐이다.”고 말했다.

7위 결승진출자 장민호의 모습과 부합하는듯하다. 앞으로 장민호는 분명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을 겨냥할 것이다. ‘정곡(正鵠)’을 맞히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활 쏘는 데에는 정곡(正鵠)이 있다. 정(正)은 새매와 같다. 새매는 사납고도 빠르다. 몸집은 작지만 잽싸게 나는 모습이 쏜살같다. 곡(鵠)은 작은 새가 아니다. 곡(鵠)은 큰 새로써 힘이 있어 멀리 날수 있다. 활쏘기는 기예를 익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늘 선택하는 것으로써 표적을 삼는다. 정(正)은 상하좌우를 고르고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과녁 한복판에다 설치해놓았다.’고 하였다. 정곡(正鵠)은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이고, 가장 중요한 요점이나 핵심을 일컫는 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영조실록에는 세 종류의 과녁이 나온다. 웅후(熊侯)는 임금이 활을 쏠 때의 과녁이다. 가로 세로 5m 붉은 깃발의 베로 된 가운데에 사방 180cm 크기의 정곡이 있다. 그 정곡은 하얀 칠을 한 가죽으로 만들었는데 곰의 머리를 그렸다. 임금은 표적과 90보의 거리에서 활을 쏘았다. 미후(?侯)는 종친과 문무관이 활을 쏠 때의 과녁이다. 이것은 푸른 빛깔 바탕의 베이다. 가운데 정곡엔 흰 가죽에 사슴머리를 그렸다. 시후(豕侯)는 무인들의 실전이나 교습 과녁이다. 정곡에 돼지머리를 그렸다고 한다.

정조는 명사수였다고 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꼭 한 발은 남겨두거나 빗나가게 쏘았다고 한다. 박제가는 이것을 겸양의 미덕이라고 보았다.

중용에 ‘훌륭한 사람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자리의 위치를 벗어나서 환상적인 것에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부귀하면 검소한 생활을 하여야 한다. 가난하면 더욱 노력하여야 한다. 오랑캐에 대해서는 오랑캐에 합당한 방법으로 대접해야 한다. 환난이 생기면 빨리 환난을 수습하여야 한다. 훌륭한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얻을 수 있다. 윗자리에 있을 때는 아랫사람을 깔보지 않아야 하며, 아랫자리에 있을 때는 윗사람을 흠집 내지 않아야 한다. 오직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원망이 없다. 훌륭한 사람은 현실에서 최선을 다한다. 반면 소인은 위험한 짓을 감행하면서까지 요행을 바란다.

공자는 ‘활쏘기는 훌륭한 사람의 덕과 유사함이 있다.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고 했다.

미스터트롯에서 결승에 진출한 일곱 사람들이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가 되어 정곡을 맞히려는 치열한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보라매! 털갈이를 하지 않은 새끼로 보랏빛을 띠기 때문에 보라매라고 한다. 어떻든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正鵠)’을 맞추어서 기쁨이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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