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선제적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배종태 경영칼럼] 선제적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 승인 2020.03.12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우리나라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대안들을 다듬어 현실에 적용하고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여러 제약들이 있고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도 늦어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대응을 리스크 관리, 위기 관리 관점에서 보면, 미리 리스크를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문제가 터지면 이에 ‘반응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원과 경험의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음을 모두가 알지만, 이럴수록 컨트롤 타워의 역할과 각 영역별 역할 분담, 그리고 주체들 간의 협력을 통한 기민한 위기 대응이 중요하다. 기업경영에서도 리스크 관리는 중요한 경영 영역이다. 특히 재무 리스크 관리와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영역은 원칙, 프로세스와 방법론, 지침 등이 잘 정립되어 있다. 기업경영에 적용되는 리스크 관리 원칙과 방식은 국가차원의 위기 관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보통 리스크 파악, 리스크 평가, 대응방안 모색·실행, 결과 모니터링 등 4단계를 따라 수행된다. 첫째 단계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다. 보통 리스크의 영역은 기술적, 경제적, 조직적, 정치적 리스크로 나눠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과 감염 확산에 따른 여러 기술적·의학적 이슈들과 이와 관련된 리스크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에 따른 집단 감염의 리스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초창기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술적 리스크 자체는 많이 파악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가 심각하게 현실화되었다. 항공, 여행업계 뿐 아니라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간 컨트롤 타워나 의사결정 프로세스. 주체간 협력 등 조직적 리스크도 현실로 많이 드러났는데 여전히 제대로 해소가 되지 못했다. 국민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약속에서 실망감을 안긴 정치적 리스크도 실제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낙관적 시나리오뿐 아니라 비관적 시나리오도 고려한 잠재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단계는 파악된 여러 리스크들의 발생 가능성과 발생했을 때의 영향 등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리스크 평가 단계이다. 특히 폐쇄공간에서의 집단 감염 등과 같이 발생 가능성이 크고 발생할 경우 영향이 큰 영역을 선별하여 사전적·사후적 집중 대응을 해야 한다. 물론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발생하면 영향이 큰 영역에 대해서도 ‘예방적’ 대비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도 시간에 따라 바뀌고 이에 따라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적 리스크도 심각한 수준에 있다.

셋째 단계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기업경영에서의 리스크 대응전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응방안으로는 국경 차단 등 미리 리스크의 발생원인을 제거하여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안, 시민 참여 등을 통해 리스크의 진행을 감소시키거나 지연시키는 방안, 치료제 개발이나 병상 확보 등 문제에 대해 직접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 여러 국가간·주체간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공유하거나 다른 곳에 전가하는 방안 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그간 정책 당국의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우리가 시기를 놓친 방안도 있었고, 여전히 국가간 협력 등 노력이 부족한 영역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모두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고 힘과 마음을 모아 의연하게 난국에 대처해야 할 때다. 다만 정부의 대응방안이 너무 절차적 공정성이나 관행, 세부기준 등에 몰입 되어서, 위기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에 대해 적시성?효과성을 놓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마지막 단계는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의사소통하고 경험으로부터 학습을 하고 정리하는 단계이다. 물론 모니터링 및 의사소통은 최종 단계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진행 단계에서도 필요하다. 국민과의 의사소통에서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 것이고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 참여를 바란다는 방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언젠가 코로나19 사태는 극복될 것이다. 그 때는 그간의 모든 진행과정과 대응, 성과 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배워야 할 점을 명확히 하여 원칙과 시스템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매뉴얼 정비까지 마무리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앞을 바라보고 이 위기의 극복에 힘을 모을 때다.

리스크는 없앨 수는 없지만 올바른 사전 대비나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처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부분적으로 통제할 수는 있다. 흔히 위기(crisis)는 위험(risk)과 기회(opportunity)의 합성어라고들 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당면한 위기를 힘을 모아 극복하고 뒤돌아보면, 우리는 또 다른 기회의 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IMF 사태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