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기업 위기와 리더십
[박명호 경영칼럼] 기업 위기와 리더십
  • 승인 2020.03.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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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모든 생명체는 환경 의존적이다.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훼손하면 당연히 환경으로부터 그 대가를 되돌려 받게 된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가 저질렀던 무분별한 환경 파괴는 미증유의 각종 재앙을 불러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대중성 전염병이 생기게 되고, 동물들을 가축화시키면서 세균이 사람들에게로 옮겨왔다”라고 하였다. 지금 우리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의학자들과 환경과학자들은 앞으로도 우리 인류가 신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노출될 것이라고 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인류의 회복 노력이 없거나 그 노력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불행히도 지구상에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을 듯하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정책 당국,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로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줄고는 있으나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처하는 정책 당국의 방침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정부의 여러 부서 간, 그리고 정치 집단 간 엇박자로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다. 감성이나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른 대처는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는 가장 올바른 길은 역시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이고도 이성적 판단에 컨트롤 타워를 맡기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유기적 조직체인 기업도 위험에 노출되기는 매일반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바로 크고 작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위기를 잘 대응하는 경우에만 기업의 생명이 보장된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기업 위기의 극복사례로 꼽히는 것은 존슨앤드존슨사의 타이레놀 사건이다. 1982년 9월 누군가가 타이레놀 캡슐에 고의로 청산가리 성분을 집어넣었고, 이 약을 복용한 7명의 시카고 주민이 사망했다. 이후 250건 이상의 추가 사망 사례가 이 약 때문에 의심받으며 순식간에 전 미국이 공포에 휩싸였다.

존슨앤드존슨은 즉각 회장을 포함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지원과 추가 인명피해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과감한 대응 조치를 실행했다. 사건의 해명이나 변명보다 진상이 다 드러나기도 전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전국에 풀려 있는 약 3천100만 정의 타이레놀 전량을 즉시 수거한다고 발표했고, 그 가치는 무려 1억 달러에 달했다. 피해자들에게 위로 편지를 보내고,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타이레놀도 모두 환불해 주면서 수거하였다. 사태가 종료된 후 이 회사는 이물질 주입이 불가능한 새로운 포장재를 도입하였다. 0으로 떨어졌던 타이레놀 시장점유율은 서서히 올라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그 후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타이레놀 사태는 기업이 위기를 다스리는 절대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선진기업들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을 갖추고, 전문지식을 지닌 ‘최고위기관리자’(CRO; chief risk officer)를 활용한다. 이로써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늘 모니터링하고 정보의 분석과 판단을 한다. 위기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다는 점에서 위기의 접근과 실체를 조기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역사상 어떤 위기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더 큰 이유는 최고경영자가 위험신호를 감지하고도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데 있다. 따라서 미세한 경고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려 올바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CRO 제도의 활용은 더욱 긴요하다.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외적 경영위험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미리 세워 적극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적이 오지 않기를 기대하지 말고, 적이 언제 오더라도 내가 대비되어 있음을 믿으라”고 했다. 현대적 위기관리의 창시자인 이안 미트로프 교수가 강조하는 ‘위기리더십’도 이와 같은 개념이다.

찌르레기라는 새는 매와 같은 맹금류를 만날 때 수천 마리의 무리가 하나로 움직여서 위기에 대처한다고 한다. 대자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 군무(群舞)는 가장 아름답고도 기이한 장면이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2007년 로마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팀이 찌르레기가 멋진 화합을 이루는 비밀을 풀었는데, 그 이유는 일련의 작은 신호들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기업도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조직의 리더가 위기의 정체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위기인지를 모를 때 고조된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에서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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