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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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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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대구의사회 공보이사
아이꿈터아동병원 진료부장


2019년 말 중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진자수가 118개국 126,048명(2020년 3월 12일 8시 기준)으로 ‘Pandemic(세계적으로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월 18일 대구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 29일 대구 확진자 하루 최고치인 741명을 찍은 후 일일 확진자수는 하락세이지만 전국 누적 확진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를 경험하였고, 중국 우한 사태(감염력 강한 감염병)를 미리 알고 있었으며, 선진국 수준의 방역 및 감염병 대응체계(?)를 자신하던 정부는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에도 의료계 의견을 여러 번 무시한 채 중국에서 온 입국자를 현재까지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대구서 31번째 확진자가 생겼고, 이 확진자가 속한 단체와 관련된 사람들의 1일 검사 양성율이 70% 전후로 나오면서 확진자는 급속히 늘어났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구는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 소수의 환자만 있을 때야 문제없던 의료 시스템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반 병·의원 폐쇄뿐 아니라 대형병원 응급실 폐쇄 그리고 그에 따른 의료진 격리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진료와 치료에 차질이 생겨나는 지역재난의료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부대응 문제점들은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과 위급성을 고려해 이 부분은 사태 진정 후 따져보려 한다.

대구 첫 환자 발생 후 3주가 지나가는 지금, 지역의료현장은 지쳐가고 있다. 중환자와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책임지고 있는 거점병원 및 대형병원 근무자들, 경증이나 무증상자들을 돌보고 있는 생활치료센터 근무자들, 코로나19 환자와 섞여있는 일반 환자들을 책임지는 1·2차 병·의원 근무자들, 시청 및 보건소에서 야간·주말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 근무자들, 환자 이송으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구급대원들, 시설 및 사회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경찰들, 의료시설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군인들 등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수 주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난의료 현장에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민들의 경우 수 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힘든 상황이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자영업자나 기업들은 경기 부진으로 그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다수의 무증상이나 경증 감염자들은 확진 후 입원대기자로 분류되어 집에 있거나 생활보호센터에 입소하면서 일상이 붕괴되고, 불안·초조 등 정신적 고통도 겪고 있다.

힘든 상황에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이런 전쟁 같은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닌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의 호소문 발표 후 생업을 뒤로한 채 전국 각지(대구 포함)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자원봉사 의료진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민들의 성금 및 후원품(방호용품, 음식, 숙박시설, 영양제 등)이었다. 또한 지역이기주의가 무색해질 만큼 대구지역 확진자를 받기 위해 수십 여 개의 의료기관 및 생활치료센터를 열어준 전국 의료계 및 지방자치단체들도 한 몫을 했다. 며칠 전에는 지역신문에 의사가 장래희망이라고 밝힌 서울 거주 초등학생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손 편지와 함께 환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작년부터 모은 14만 7천원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 보내, 의료현장에서 사투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낸 120억보다 더 많은 힘과 위로를 주는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런 성원과 노력 때문인지 최근 대구는 일일 확진자수가 줄고 있으며, 사태 초반에 비해 안정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끝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고, 중증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망자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소규모 집단 발병과 전국 어느 도시든 대구와 같은 재난의료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이 사태가 종식되겠지만 우리에겐 아직 큰 숙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붕괴된 일상의 회복이다. 사회·경제적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도 있고, 개개인이 이겨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민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감염병과 전쟁 중인 사람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준다면 이 또한 잘 지나갈 것이다.

2월 중순, 대구가 “Why us?(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였다면, 지금은 “Why not us?(우리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 있는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태극복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닌 대구시민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보건의료 인력, 더 나아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임을 대구광역시 의사 중 한 명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어제도 병원 근무를 위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코로나 환자 많은데 병원 안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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