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상을 공유한 시민참여 기록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일상을 공유한 시민참여 기록이 필요하다
  • 승인 2020.03.16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금요일 퇴근길.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적막하던 도로에 많은 차들이 나와 있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금요일 정체에 비하면 가벼운 수준이었지만 지난 1개월 동안 보아온 도로 상황보다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영업을 시작한 음식점도 늘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수도 조금은 는 것 같았다. 어느새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매일 세자릿수로 늘어가던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대구 기준)로 바뀌면서 조심스레 진정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도 한몫을 한 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의 신호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보낸 지난 한 달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며, 또 잊을 것인가.

지난 3월 10일, 국립중앙도서관은 온라인 디지털 자원의 수집·보존 프로젝트인 오아시스(www.oasis.go.kr)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에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정보를 수집하는 ‘코로나19 재난 아카이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발생부터 현재까지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각종 단체가 펼친 노력과 이번 사태가 일으킨 의학적, 과학적, 사회적 파장을 담는다는 이 작업은 이번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지속해서 업로드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이러한 작업은 지난 2004년부터 ‘재난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는 정부 주도형 기록 아카이브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재난 아카이브’의 구축은 기록학의 관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정보의 대부분이 온라인 미디어에 집중된 요즘에는 온라인 디지털 정보자원만 수집해도 대규모의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오아시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재난 아카이브를 살펴보면 디지털 정보의 출처가 한정되어있다. 이는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까지의 모든 과정에 걸쳐 진본성, 무결성, 신뢰성 및 이용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는 공공기록물의 정의에 따른 기준일 것이다. 그 때문에 오아시스에 축적되는 디지털 정보는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정부 기관, 단체, 언론사의 정보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기록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기록학의 관점에서 기록은 기억의 확장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재인용 할 수 있도록 기록 당시의 문자 데이터, 기호, 숫자 이미지, 소리, 그림, 기타 정보를 고정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기록은 ‘자아 탐색’의 의미를 지닌다. 여러 형태로 흩어지고 쌓여있는 기억 속에서 유의미한 기억을 모으고 표현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본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또는 기억)을 잡아 기록으로 박제시키는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까지 기록으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들여다봄으로써 개인은 자아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 자기 지각 등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어 심리치료에 활용되기도 한다. 거창하게 여러 학문적 의미를 인용하지 않아도 좋다. ‘잊기 위해 메모를 하는 행위’처럼 기록은 기억을 머릿속이 아닌 다른 매체에 저장하고 내용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고스란히 겪은 대구·경북은 코로나19의 기록을 어떤 의미로 보아야 할까. 코로나19 사태의 시작에서 종료, 그리고 그 이후의 수습까지 행정적인 모든 과정은 당연히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의학계에서도 코로나19의 감염과 예방, 방역시스템과 의료 체계 운영은 물론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이 사태에 대한 군중의 행동에 대해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남길 것이며, 하루에서 수십 또는 수백만 건의 피드가 만들어진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 분석도 이루어질 것이다. 일부는 공공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고, 일부는 개인의 연구로 남을 것이지만, 이 사태를 함께 겪은 대구·경북인의 이야기는 어디에 남을까? 그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가는 일상에 감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이다. 이 재난을 함께 겪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19 사태의 일상을 함께 나누었던 대구·경북인이 그들의 기록을 남기고 서로의 기록을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시·도민 참여형 아카이브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 기관과 언론, 또 여러 단체에서 배포한 정보를 보고 듣고 받아들이며 감내해야 했던 대구경북인에게 이제 그들이 보낸 일상을 함께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기록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할 때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