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메모리는 2매, 가방은 20매”… 현금 대신 거래되는 ‘마스크 화폐’
“노트북 메모리는 2매, 가방은 20매”… 현금 대신 거래되는 ‘마스크 화폐’
  • 승인 2020.03.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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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브랜드 가방, 마스크 20매에 팝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이용한 물물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 이복선(여·55·달서구 도원동)씨는 최근 직접 만든 밑반찬 3가지를 지인의 KF94 대형 마스크 4매와 맞교환했다. 시내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아 물물거래를 통해서라도 가족들이 사용할 최대한의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요즘 마스크 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마스크를) 모아놓으려고 한다”면서 “사태가 사태인지라 조금 더 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내놓더라도 마스크를 넉넉히 손에 쥐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전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마스크 교환’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마스크를 얻기 위해 전자기기, 의류, 도서류 등을 내다 판다는 판매자들의 글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일부 판매자들은 물품과 교환할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구매자를 위해 마스크 매수를 줄여 할인(?) 해 주기도 했다.

물품 가격으로 제시된 마스크 수량은 거래 건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한 판매자가 게시한 노트북 메모리는 KF94 마스크 2매와 교환됐다. 한 고급 블랙박스 제품은 판매 가격으로 마스크 30매가 제시됐다. 본인이 올려둔 20여 개의 의류 상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교환할 마스크 매수를 선제(원하는 가격이나 물품량을 상대방이 먼저 제시하는 것)하라는 판매자도 등장했다.

거래에는 주로 KF94 마스크 제품이 선호됐고, 거래 물품마다 교환되는 수량은 상이했지만 보통 마스크 1매당 2천 원~2천500원 정도의 가치로 환산됐다.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보다는 1천 원가량 비싼 값이다. 지역 내에서 마스크와 음식, 의류 등을 맞교환하는 사업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쇼핑몰은 최근 SNS를 통해 대구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정량의 마스크를 내면 원하는 의류로 교환해 주는 이벤트를 열어 인기를 끌었다.일부 시민들은 개인 간 거래되는 마스크 가격이 비교적 부담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당장 물물거래를 그만두기는 힘들다고 했다.

대학생 박지훈(24·달서구 이곡동)씨는 “개인 간 물물교환이 없었으면, 더욱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았더라면 시민들이 이러한 거래에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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