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위기, 극복은 우리 몫
예기치 못한 위기, 극복은 우리 몫
  • 승인 2020.03.17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만
경북본부장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하늘은 푸르고 마을 산책로엔 꽃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매화가 한창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온통 잿빛이다. 거리엔 차도 사람도 없다. 가게가 문을 닫고 한낮에도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1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범상치 않던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이 슬금슬금 들리더니 두 달 남짓한 시간에 전 세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중국에서 가까운 우리나라,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고 특히 이탈리아는 국가비상 사태에 빠졌다.

퇴근 후 회사 근처 노점에서, 단골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잔 돌려가며 한잔 나누던 일상은 옛 기억이 돼 버렸다.

일과 또한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본다. 어느 곳이든 마스크를 써야만 입장 가능하다. 식사 중에도 불필요한 담소는 금지다.

영천시청은 구내식당에 아예 일인용 칸막이를 설치했다. 웃픈 현실이다.

수시로 전달되는 안전문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와 동선이 시간대별로 알려준다. 예전과 비교되는 조치이며,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정보의 무분별한 확장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확진자는 대중의 달갑잖은 관심과 질책을 받아야했다. 초기 확진자의 동선 기사에는 연예인 기사에 달릴만한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란 종교단체의 색출 작업이 절정에 달했고,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이웃들이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져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비난이 쏟아졌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되더라도 그 이웃과의 관계는 회복은 요원할 듯 하다.

불가피한 상황 속, 본인도 모르게 걸릴 수도 있지만 개개인들은 확진자로 판정될까 노심초사 했고, 신천지 교인들은 더욱 더 숨어 들어갔다.

처음엔 불안으로 그 후엔 혐오로, 마지막엔 희생양 찾기로 진행되는 사회적 공포와 위기에 대해 대중들이 반응하는 일반적인 단계가 이번 사태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현재의 상황은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다. 확진자는 기존 의료 체계와 인프라로는 통제와 관리가 불가능할 만큼 순식간에 늘어났다.

마스크 또한 마찬가지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착용하던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필수품이 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정부는 처음 겪는 위기상황에 당황했고 그 대처는 국민들의 기대 이하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되겠지만 아직은 이르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코로나19 차단과 퇴치에 힘을 모을 때다.

다행히 경북의 환자수는 3월 중순 들어 한자릿 수로 떨어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우왕좌왕 하던 대응체계는 점차 안정화 되고 있다.

경북도의 560여개의 사회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 선제적인 생활치료센터 구축, 경북형 마스크 보급 등이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2011년 전국을 휩쓴 구제역 파동 또한 초기 대응 실패로 전국으로 확산됐고 초유의 살처분 과정을 겪고서야 겨우 진정 됐다.

그 이후 가축위생과 방역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고 현재는 초기부터 즉각적인 살처분과 방역 관리로 그때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 신종플루 같은 사태를 겪고서야 질병관리본부의 역할과 위상이 그나마 높아졌고,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민 의식이 달라졌으며 지방정부의 대응체계도 갖춰진 것을 기억하자.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될수록 인간이 예측하지 못한 질병의 습격은 계속 될 것이며 우리는 개개인이 먼저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자세를 체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주목하듯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부터, 드라이브 스루 검진,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까지 또 한 번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 국민들은 우리만의 방법으로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고 또 한 번 성장하고 강해질 것이다.

예기치 못한 국가적 재난을 다른 소설과 영화, 우리가 겪는 현실상황의 전개과정은 상이하나 모든 결론은 하나다. 희망을 잃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협력으로 인간의 이성을 지키는 것이 혼돈과 절망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