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이 분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
  • 승인 2020.03.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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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정책실장
경제학박사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울린 총성 한 발이 1차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열강의 제국주의 정책의 추구로 국제관계가 긴장하고 서로 다투어 군비 확장이라는 화약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동잎 한 잎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은 사실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기 때문에 오동잎이 떨어진 것이지 오동잎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을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 기억을 회고해 보면 중요한 변곡점이 있다. 그 변곡점에서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변화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변화를 선택하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 즉 기득권을 잃게 되는 현실적 이해문제와 변화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인한 두려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는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놓쳐서는 안되며 비전을 통해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변화의 물결에 뒤쳐지는 순간 그 사회와 국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1800년대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 때 변화의 물결에 편승한 일본은 막부제를 폐지하고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문물을 받아드려 근대화에 성공한 반면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중국과 조선은 제국주의에 희생양이 됐다. 중국은 양무운동과 변법자강운동을 통해 과거제 폐지, 입헌군주제 실시, 상공업의 보호육성 등 개혁 조치를 취했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도 갑신정변과 갑오경장을 통해 개화사상이 움튼 적은 있었지만 결국 찻잔속에 태풍에 그쳐 변화의 기회를 잃게 되었고, 결국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진 아픈 역사가 있다.

지금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성, 그 연결에 따라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는 초지능성,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예측 가능성이라 한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은 플로리다 교수가 언급한 '창조계급'이다. 안타깝게도 대구는 '고담 대구', '꼰대', '꼴보수'라는 지역에 덧씌워진 올드한 이미지가 강해 변화를 역행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대구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도시 대구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 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 경제적 피해, 부정적인 도시브랜드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반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결하려는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도시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변화는 우리 지역의 정치인에 대한 재평가부터 출발하고 있다.

TK 정치인의 가장 큰 잘못은 대구의 현안을 아무리 얘기해줘도 한쪽 귀로 듣고는 중앙에 가면 지역의 이익보다는 개인 정치를 한다고 요란법석 떨다가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대구라는 도시를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때 3대 도시라는 대구는 해안도시인 부산과 인천은 고사하고 내륙도시인 대전과 광주에도 추격을 당하게 만들어 놓고도 '차기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대구를 선택했다', '이번 한번만 당선되면 큰일을 하겠다', 직접 나오면 낙선할까봐 장막 뒤에 숨어서 아바타 정치를 하려는 저 후안무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선거때만 되면 개혁과 혁신을 외쳤지만 도로묵이 된 이유는 뭘까? 패러다임이 바뀌면 이를 뒤받침 해 줄 수 있는 관습과 제도가 바꿔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를 인식하고 있는 인물로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지속적으로 개혁과 혁신을 논하지만 잘 안되는 이유는 제도와 법을 바꾸는 자리에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과 변화를 두려워 하는 인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의 마침표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노정객들의 시각으로 보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는 젊은 정치인과 여성 정치인들이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2차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우어 뒤를 이어 케네디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스티븐슨이라는 원로정객이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스티븐슨은 UN대사로 재직하면서 국제 사회에 기여했다.

변화의 바람에 맞서면 무너지고, 물러나면 외로워진다. 그래도 스스로 물러나 외로워지기 전에 잊혀질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자신을 추종했던 지지자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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