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훈장’ 의료진·응원 기부 물결·셀프 격리…
‘붕대 훈장’ 의료진·응원 기부 물결·셀프 격리…
  • 정은빈
  • 승인 2020.03.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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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사투 한 달
“한마디 칭찬도 바라지 마라”
전국서 몰려 온 의사 954명
‘착한 임대료 운동’ 등 확산
“고통 분담하는 성숙한 의식”
“시장은 혼란없이 조용하다”
전세계 언론들 ‘삶의 모델’
고사리손들 소방관 응원 영상
적십자사 등 통해 성금 쇄도
오늘도힘내자
반창고 훈장 16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며 방호복 착의실로 향하고 있다. 전영호 기자 riki17@idaegu.co.kr

대구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18일. 그로부터 대구·경북 시·도민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지 한 달이 흘렀다. 실로 하루가 여삼추(如三秋)인 한 달이었다.

중국 사례에 비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발생 후 두 달째 절정을 맞고, 이르면 5∼6월, 길면 7∼8월은 돼야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미 대구·경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기세로 지역사회 전반을 덮쳤지만 지역민은 나름의 자구책을 세우고 어려운 형편에도 더 힘든 이웃을 도우며 견뎠다. 예상보다 이른 코로나19 소강 뒤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 대구시의사회 호소에 전국서 의료봉사 물결

지난달 말 의료인 수백 명이 전국 각지에서 대구로 달려왔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대구 첫 환자 발생 8일째인 지난달 25일 오전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 격리병원 그리고 응급실로 와 달라”는 호소문을 대구시의사회 회원 5천700명에게 보냈다.

이 회장은 “응급실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선후배, 동료들이 업무에 지쳐 쓰러지거나 환자와 접촉해 하나둘 격리되고 있다”며 “환자는 넘쳐나지만 의사들의 일손은 턱없이 모자라다. 지금 바로 의사회로 지원 신청을 해 달라. 단 한 푼의 대가, 한 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대구를 구하자”고 부탁했다.

호소문 발송 하루 만인 지난달 26일 대구 231명을 포함해 광주와 서울, 인천 등의 의사 250명이 동참 의사를 전해왔다. 의료지원 인력은 지난 16일 민간 332명, 공중보건의 250명 등 954명까지 늘었다.

○… 대구 의료인 콧등마다 상처… 헌신에 외신 “감동”

대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선언까지 한 신종 감염병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의료 체계는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13일(현지시간) ‘한국 간호사들의 붕대, 명예의 배지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동산병원 간호사들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AFP 통신은 온 얼굴에 반창고와 붕대를 붙인 채 미소 짓는 간호사 15명의 사진을 싣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투쟁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은 명예의 배지가 된 붕대를 착용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ABC 뉴스는 지난달 24일 “대구는 한국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동시에 바이러스 해결 노력의 좋은 사례”라고 방송했다. ABC 뉴스 이안 패널 기자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 등을 둘러보고 취재수첩 형식으로 “이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정적임, 고요함만 있다”고 전하고 “대구는 이제 막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맞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응원현수막1
곳곳에 응원 현수막 17일 대구 도심 곳곳에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영호 기자

○… 세계가 벤치마킹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국내 코로나19 대응 체계 중 가장 주목받은 것으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를 꼽을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 고객이 매장 밖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것처럼 환자들이 차에 탄 채 창문을 통해 문진부터 발열 체크, 검체 채취까지 받는 시스템이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통하면 1인당 진단 검사 시간을 10분 이내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일반 진료소에서는 진단 검사에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지난달 23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이 처음 시행한 후 국내에선 70여곳으로 늘었다. 처음 제안한 사람은 국내 1번 환자 주치의인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으로 알려졌다. 이후 영국과 독일, 벨기에, 덴마크, 호주 등 각국에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운영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일(현지시간)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외신 기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의료 한류’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한국의 빠른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가 생명을 구한다”고 했고, 미국 CNN은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본보기”, 영국 BBC는 “코로나19에 고전하는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 성숙한 시민의식 ‘사회·심리적 방역’ 선봉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사회·심리적 방역’ 선봉에 섰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착한 임대료 운동’ 등에 대한 동참이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임, 집회, 예배 등 다중행사 참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328 대구시민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오는 28일까지 모임·외출 자제, 이동 최소화, 손 씻기, 2m 거리 두기가 권장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시적 재택근무, 영상회의, 고객 대면 응대 최소화 등이 있다.

시민들은 ‘셀프 자가 격리’를 자처하며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과의 밀접 접촉을 피하고 SNS, 문자 등 비대면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코로나19 여파로 무너진 지역경제로 시름을 앓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임대료와 관리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위축돼 있던 자영업자에 희망의 불씨가 됐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과 달서구 월배신시장을 비롯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안 받거나 월세를 인하한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 대구·경북에 ‘코로나19 극복 응원’ 후원 줄이어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도 줄을 잇고 있다. 17일 오후 5시 기준 대한적십자사 대구 및 경북지사로 모인 성금 누적액은 198억 원가량이다. 대구적십자사로는 2천327개 처로부터 147억 원이, 경북적십자사로는 333개 처로부터 51억 원이 모였다.

이랜드가 10억 원, 금복복지재단이 10억 원을 쾌척하는 등 기업들의 기부는 물론 연예인과 팬클럽, 일반시민의 기부도 잇따랐다.

특히 최근에는 1339 릴레이 기부가 쇄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콜센터 번호인 ‘1339’에 맞춰 1천339원이나 형편에 따라 1만3천390원, 13만3천900원 등의 성금을 보낸다. ‘대구 파이팅’, ‘적지만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대구’ 등의 메시지를 담아 익명으로 기부키도 한다.

대구적십자사 관계자는 “대구시민을 응원하며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성금은 대구시와의 협의 아래 자가격리자 및 생활치료센터, 보건소와 전담병원 등 의료기관 지원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쓰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 의료진·소방관 사투에 “존경”, “감사”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 및 이송 임무를 수행하며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소방관은 시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종일 착용한 마스크로 콧잔등이 쓸려 있거나 방호복 착용 후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의료진의 모습은 시민들을 울렸고, 계속되는 출동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확진자의 빠른 이송에 힘쓰는 소방관에 시민 응원이 쏟아졌다.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가 밤낮없이 고생하는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진행한 ‘힘내라, 힘! 프로젝트’에 참여한 초등 5학년 임정연 양은 의료진을 향한 존경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힘내라, 힘! 프로젝트’는 경대사대부초 학생들이 의료진에 ‘응원, 감사,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모아 하나의 응원 영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임정연 양은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시는 것을 뉴스를 통해 봤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건강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샘솟는 존경심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응원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소방관을 대상으로 숙박비를 40% 인하해 받고 있다는 숙박업자 김순옥(여·63·대구 달서구 본리동)씨는 소방관에 ‘감사하다’, ‘수고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했다.

정은빈·한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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