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는 지키되 심리적 거리는 가깝게
물리적 거리는 지키되 심리적 거리는 가깝게
  • 승인 2020.03.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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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코로나19 사태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가족이 생이별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두 달째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 단절로 인한 고립감이나 소외감 등 심리적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급증하고 있다. 외출 자제와 자가 격리, 감염 공포감 등은 심한 스트레스이다. 온 국민이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모두 지쳐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 대구는 대규모 집단감염지역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어 ‘대구사람’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매일 일어나 눈 뜨자마자 오늘은 몇 명이 추가되었고,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 확진자의 동선은 어디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치명률은 낮은 데 비해 전용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고, 재채기 같은 비말에 의한 전염성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막연한 공포감이 너무 컸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실제 위험성보다 과대포장된 심리적 멘붕이 가중되어 왔다. 한없이 약해지는 가운데 이웃들이 보여주는 위대한 힘은 우리를 더 착한 사람이 되게 만든다.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선언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령하는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으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 모임 제한 등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다소 숙지는 분위기 속에서 2주간 방역에 더 집중해 확실한 안정기로 만들자는 ‘3·28 대구운동’도 제안되었다.

‘사회적 거리’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소개한 ‘개인적 거리’개념이다. 사람의 공간을 인간관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는데, ‘사회적 거리’는 120~360㎝로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거리이다. 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말을 할 때 침방울이 튈 수 있는 거리가 2m 안팎이라니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이 정도 거리의 접촉을 피하자는 것이다.

홀에 따르면 사람의 공간은 인간관계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된다. ‘친밀한 거리’(0~46㎝), ‘개인적 거리’(46~120㎝), ‘사회적 거리(120~360㎝)’, ‘공적인 거리’(360㎝ 이상) 등이다. 어떤 인간관계인가에 따라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활발하게 대면으로 사회 활동을 하기보다 비대면 활동이나, 홀로 집에 머무는 것이 강조된다면 정확하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말한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사람들의 일상은 분명 이전과 많이 달라졌으며 쉽게 안되던 것을 되게 하기도 한다.

기업의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웬만한 미팅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학들도 대부분 원격강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기술 리터러시(활용능력)가 높아졌다. 이후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당장 9 to 6라는 출퇴근 시간부터 고민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형식적인 모임이 줄어들어 생활의 군살을 빼게 만들고, 면역력 향상을 위한 건강관리와 위생 관념에 보다 신경 쓰는 등 우리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올 것이다. 친척이 못오고 식구들만 지내는 기일 제사에 제수만 준비하던 여성들이 술잔도 올리게 되었다는 페이스북 댓글은 생활의례의 새로운 질서를 예감하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이제 일상의 여백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되어 ‘빨리빨리’ 문화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돌아보면, 우리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채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의 경우 모든 이슈가 코로나19 사태에 묻히면서 예비후보들이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더라도 관심을 끌기 어려운 실정이다.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방송과 신문, SNS(홈페이지·유튜브·페이스북·블로그 등), 인쇄물 등을 이용해 선거정보를 제공하며 총선에 대한 유권자 관심도 제고에 노력하겠지만 시민들도 4년 동안 국가를 이끌어갈 지역 대표를 뽑는 일에 관심을 가지자. 누가 지역의 후보로 누가 나섰는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살펴보고 정보를 공유하자.

지금은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꽃 피우는 봄을 일구자.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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