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별 것 아닌 것
평화, 별 것 아닌 것
  • 승인 2020.03.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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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한다는 그 이
어느 날 산골 우리 집에 무작정 놀러 와서
점심밥 잘 먹고 툇마루에 앉아 놀다가
뜸 금 없이 평화가 뭐냐고 묻는다

‘평화란 곧 행복에서 오는 것이고
행복이란 안정에서 오는 것이다
안정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짊어져야하는 책임이다
그래서 공동체적 삶이 중요하다

매달려야 했던 화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문득 깨달음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그저 뭔가 고상하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잡다한 언어였다

이 말에 그이는
‘평화는 상호 존중에서 나온다’고 했다
내말이나 그이 말이나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거북함이 일었다

그이가 가고 나서
툇마루 한 켠에 있는
도시에서 주워 온 등나무 흔들의자에 앉았다
두 발은 역시 주워 온 식탁용 의자에
포개어 흔들거리고 있는데

M16 가늠자 같은 엄지발가락 사이로
백운산 자락 넘어가는 지방도가 보인다
반나절 노동을 마감한 오후
소박한 점심으로 허기는 적당히 지웠고
지인이 잘 놀다 떠난 빈 자리

아직 남겨진 화두
실눈 뜨고 건들거리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평화!

별 것 아닌 것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세상은 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이치로 돌아간다. 고대 인도에서 사용하다 지금은 사어가 된 빠알리어 경전에 나오는 ‘깔야나 미따(kalyanamitta)’는 인생의 의미를 함께 발견해나가는 좋은 벗이라는 뜻이다. 자기가 아닌 다른 것, 낯선 것과 관계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 자신을 정의하거나 그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 삶이라는 글자를 잘 들여다보면 사람이 보인다. 삶이라는 한글자가 사람이라는 두글자를 형상화할 수 있으면, 그 안에서 편안한 삶을 함께하는 수많은 존재를 볼 수 있다. 모두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서로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살면, 광야의 고난 길도 축복의 통로가 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치열하면서도 온화하고,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이다. 평화주의자는 무탈하다면 쳇바퀴 일상과 의미 없는 무료함도 행운임을 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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