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모두 없앴더니 - 재앙은 어떻게 찾아오나
늑대를 모두 없앴더니 - 재앙은 어떻게 찾아오나
  • 승인 2020.03.19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최근 보도에 따르면 경북 일부 군(郡)에서 보상금을 주고 포획한 유해야생동물이 냉동고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적게 집어넣고 수를 부풀려 보고했거나, 중간에 누가 빼돌렸거나 그 원인은 여러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의 세금이 새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해야생동물은 인명이나 가축,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동물을 말합니다.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서는 유해조수라 지칭했으나 2004년 해당 법률이 폐지되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유해야생동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유해야생동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정 동물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정해진 기간에 포획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야생동물은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동물과 비행장 주변에 출현하는 동물, 전력 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인가 주변에 나타나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맹수류 등입니다.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시기와 기간은 피해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포획 도구와 포획 지역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며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합니다.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사람은 먼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의 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포획할 때는 정해진 안전 기준과 포획 방법을 지켜야 하며, 포획 후에는 관할 지자체의 장에게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의 장은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허가 전, 농작물 피해 상황이나 유해야생동물의 종류와 개체 수 등을 조사해 과도한 포획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없는 범위 안에서 허가해야 합니다.

멧돼지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인명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됩니다.

특히 지난해 환경부 장관은 돼지 열병 방지를 위해 각 지자체에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도록 허가하고 멧돼지는 한 마리당 20만 원, 고라니는 3만 원을 포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포획물들은 지자체에서 자체 지정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환경부가 지정하는 장소로 매립·소각·사료용으로 반출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 중에 포회물 수가 부풀려지고 때로 사라지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정을 저지른 범죄도 문제이지만 이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사라진 포획물에 의해 본래 의도했던 질병 예방 조치가 헛수고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즉 야생동물의 사체 관리 소홀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다른 경로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노라면 성숙된 시민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정책이라도 소정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보다 면밀한 연구 없이 단순히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포획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점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1920년대 미국은 늑대가 가축을 공격해 목장주의 피해가 커지자 대대적인 늑대 박멸에 나섰습니다. 늑대를 완전히 없애는 데는 6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늑대가 없어지자 엘크의 수가 급속히 늘어 풀과 나무를 마구 먹어치우는 바람에 숲이 망가지고 살 곳을 잃은 곤충도 사라져 자연이 크게 황폐화되고 말았습니다. 농작물 생산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결국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에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1995년 70년 만에 다시 늑대의 방사가 이루어졌고 생태계는 서서히 복원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입은 손실은 엄청 났습니다.

이처럼 생태계 문제는 교란은 쉽지만 복원은 힘듭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우리의 유해야생동물 정책도 더욱 면밀하고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