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아이들, 심리방역도 필요하다
대구의 아이들, 심리방역도 필요하다
  • 승인 2020.03.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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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로 생겨난 여러 안타까운 소식은 국민 모두를 큰 슬픔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전반적으로 환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대구 시민들의 우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구시에서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한 '328대구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이동을 최소화 하는 것,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 증상 발생 시 보건소나 1339로 전화하는 것,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 전화 등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의 다섯 가지가 3월 28일까지 실천할 다섯 가지 행동 수칙이다. 사실 이날이 지난다 할지언정 경계 상황은 끝나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

개학은 4월 6일까지 밀렸다. '벚꽃개학'의 확정 앞에서 인간 존재의 무력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책상을 최대한 멀리 띄워보지만 과연 내가 어린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면 앞으로 내가 지켜나갈 생활들, 보건 수칙, 학교에서 지금껏 대비한 내용들을 곱씹어보면서, 교사의 책임에 대한 다짐을 거듭해 본다. 그렇지만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의 무력감, 심리적 피로를 극복하기란 쉽지가 않다. 나뿐만이 아니라 사실 대구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더욱 공감할 이야기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구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인 보살핌 역시, 신체적 건강을 지키는 것만큼 절실해졌다고 본다.

'심리방역'이란 감염 등의 위기 상황에서 병으로 생겨나는 제반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심리방역'이라는 용어 자체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서로 의사소통하기,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걱정 덜기 등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28대구운동에서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는 것을 마지막 행동 수칙으로 이야기하는 까닭도 심리방역의 한 방편이다. 사회적 거리는 두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가깝게 하자는 말일 터다. 코로나19의 전담병원 같은 경우 장기간 음압 병실에서 격리되어 치료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하거나, 건강 상태에 따라 활동성이 있는 TV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받게 하는 등 이들의 기분을 전환하게 하는 다양한 시도로서 심리방역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공포를 가질 수 있다며 불안장애, 면역력 저하 등의 신체적 증상이나 짜증이 많아지는 등의 정서상 변화에 민감하게 주목하라고 말한다.

실제 아이들의 생활 패턴인 학교나 학원 등의 생활이 완전히 무너진 만큼, 아이들의 심리방역을 위한 첫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새벽같이 일어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오전에 일어나서 씻고, 규칙적인 일들을 실천하기를 추천한다. 독서도 좋고 문제집을 풀어도, 인터넷을 하는 시간도 좋으니 규칙적인 시간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꼭 시간별로 타이트한 시간표를 짤 필요는 없다. 오전에는 독서를 하고, 밥 먹고는 학습지를 풀이하고, 저녁 전에는 피아노를 연습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이 할 일을 크게 정해두는 것도 심리적인 안정감에 기여한다.

더불어 생산적인 일의 시도를 권한다.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보면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활 속에 어떠한 생산적인 일을 포함시키는 것은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된다. 그간 바빠서 해 보지 못했던 배움을 시도하거나,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어떠한 취미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간단한 홈트레이닝 등을 병행해 보는 것은 신체적인 리듬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유대의 강화를 말하고 싶다. 어린 학생일수록 자주 대화를 하면서 불안감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독감에서 오는 우울을 해결하는 데에는 가족의 유대만한 것이 없다. 가족끼리 나와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더불어 전화나 문자 등을 활용한 친구나 선생님과의 소통도 아이에게는 활기를 줄 것이다.

향후 개학을 하고 나면 교육청에서도 대구 학생들의 교실 심리방역과 관련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믿는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는지,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지, 이로 인해서 심리적으로 장애를 겪지 않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는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보건 수칙을 철저히 지키게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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