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회상
  • 승인 2020.03.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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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속도를 내면

파노라마처럼 번지는 기억

덜컹거리는 회상의 조각도 구른다

길이 가고 나무가 가고

길이 오고 나무가 온다

언덕을 넘으며 줄기처럼 번식하는 강물

강의 길을 따라 그리움도 여울진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휴식기의 저장고로 보내자

그곳에서 뿌리식물들이 여무는

숙성의 시간을 닮게 하자

시간이 원하는 것은

쉼 없는 흐름 속에

낯선 얼굴의 생기처럼

새로 돋아나는 변화

달려 사라지는

연록의 미련을 붙들고

나는 생각 키운다

◇설현숙= 한국시민문학 협회 낭송부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전 ‘아침의 문학’ 시 낭송대회 최우수 상을 비롯해 전국 자치센터 동아리 대회 사극 대상 등을 수상 한 바 있다.

<해설>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간다. 아무도 날 찾지 못하는 남쪽을 향해 자유라는 이름으로 탈출한다. 토닥토닥 비 내리는 집골목길이 낯설게 보이는 날, 언제나 정당하다고 믿지만 한편으론 당당할 수 없기에 떠나야 한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나 신념이 나를 가두는 방편이 되었는지, 스스로 린치에 불과했는지. 이토록 생채기 내며 희생하여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진리라고 이름 하는 내용도 자유를 핍박한다면, 한낱 망상에 불과할 것인데. 우물 안에 가두어 목숨처럼 지켜온 믿음들. 그 신념이 만들어낸 가장 협소한 감옥. 내안에 숨겨둔 지독한 흉기는 우물 밖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치. 진리라는 허울로 나를 가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어쨌든 난 남쪽으로 가는 중이네. 거기라면 자유롭거든. 아무도 날 찾지 못할 테니까”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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