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동참하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위험한 행보
코로나19 사태에 동참하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위험한 행보
  • 승인 2020.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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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대구의사회 공보이사
아이꿈터아동병원 진료부장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사회)는 3월 9일(월)부터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에 전화상담센터 설치 후 코로나19 확진자 중 경증환자에 대해 전화진료 후 검증된(?) 한약 처방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의계가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검증된 치료라며 약을 처방하는 근거는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월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진료방안(제6판)’이다.

이 지침은 환자를 눈에 보이는 특징에 따라 임의로 구분하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험에 의해 치료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치료경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질환을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규명하지 못했던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중의학 고서에 적힌 전통 경험에 빗대어 임의로 나눈 증상대로 한약을 투여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위험한 일이다. 또한 지난 달 말 발표된 WHO 보고서를 예로 들며, 중국에서도 한약을 같이 처방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낭설을 펼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한약에 대해 “반드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the affect must be fully evaluated)”는 입장을 제시했을 뿐, 한약사용을 권장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없다. 또한 중국 중의약관리국에서 발표한 중의치료 효과 검증도 문제이다. 이 연구는 위중한 환자가 많은 후베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나 중증 환자가 대부분 후베이성에 몰려있는 점, 너무 짧은 기간 조사된 점, 코로나19 확진 기법 없이 임상증상을 분류해 진단·치료하여 조사 대상이 코로나19 환자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가 전혀 없는 자료이다. 지금까지 일본동약의약회를 비롯해 대만 중의사공회 등 전통의학이 존재하는 나라들 모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어떤 전통의학 치료지침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리고 한의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경증 환자치료의 경우, 바이러스 질환의 특성상 대증치료하면서 중증으로의 이행여부만 잘 판단해서 본다면, 대부분 좋아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더구나 과학적으로 유효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현대의학의 증상완화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투약해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주장하는 그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는 의료인의 양심을 버린 채 한약 홍보를 하려는 행동이거나 의학지식이 부족해 생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작년에 발표된 일본의 한약제제 부작용 통계에서 4,232건의 부작용 중 폐 손상이 1,177건을 차지한 사실을 안다면, 한약사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만약 코로나19 환자에게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한약이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었고, 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인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3월 5일부터 국민청원사이트에는 코로나19 사태에 한의계 참여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로 한의사들의 코로나19 사태 동참이 힘들며, 의료인으로서 이 사태 극복에 참여하고 싶다고 적어놓았다.

정말로 한의사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온 나라가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국민건강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한약 홍보 등)을 위해 코로나19 사태에 참여하려는 것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권유한다. 진정으로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싶다면, 의료인이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서 비진료 영역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것을...

불철주야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의료인이 아닌 일반 국민으로서 이 사태 해결을 위해 일반 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 다만 지금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국민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는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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