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
  • 승인 2020.03.22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동은

새벽을 물고 있는

능선들의 경계를 없애고

보얀 입김 흩트리며 아침을 연다

새벽까지 세정 된

물방울들을

푸른 잎새들마다 떠먹이고

온 산 굽이굽이 마실가는 안개

도란도란

개울물에 들러

여린 조약돌 토닥여주고

날개 쓰담는 새벽 매미에게

맑은 물 촉촉이 적셔주네

산야는 푸름으로 지줄대고

개울은 간간이 포말로 노래하고

솔숲은

신이 내어준 길 따라

쉴 새 없이 향기를 나르는

지리산 인월의

동트는 아침이다

◇김정숙(藝香)= 부산 출신 /≪문예사조 시부문 등단≫(2009년) / 부산문인협회이사 / 부산시인협회회원 / 부산남구문인협회회원 / 부산여류시인협회 낭송위원장 / 시사위문화예술회 초대회장 / 부산아시아공동체학교음악교사 / 예향음악학원 원장 / 부산음악학원연합회회장역임(2013년~2018년) / 학원총연합회부산지회 예술부회장역임 / 대표시집: 『시(詩)가 흐르는 강(江)(2013년)』 / 수상: 부산문학상 우수상(2014년), 백련낭송문학상 대상(2017년)

<해설> 산다는 것은 매순간 산을 오르는 과정과 같다. 우리는 매일 산 너머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고, 그것을 잡으러 매일 산을 넘는다. 매번 빈손으로 돌아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무지개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산을 넘게 만든다. 인간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산에 오른다. 무지개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매일 무언가에 다가가거나 멀어질 뿐인, 그 무언가에 끊임없이 다가가게 만드는 힘이 환상이라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분별의 자아이다. 삶은 그렇게 이끌리고,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 누구도 그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오직 허무만이 그 견고한 믿음을 의심한다. 적어도 욕망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방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욕망한다. 그것이 있는 곳에 내가 존재한다. -성군경(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