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은
새벽을 물고 있는
능선들의 경계를 없애고
보얀 입김 흩트리며 아침을 연다
새벽까지 세정 된
물방울들을
푸른 잎새들마다 떠먹이고
온 산 굽이굽이 마실가는 안개
도란도란
개울물에 들러
여린 조약돌 토닥여주고
날개 쓰담는 새벽 매미에게
맑은 물 촉촉이 적셔주네
산야는 푸름으로 지줄대고
개울은 간간이 포말로 노래하고
솔숲은
신이 내어준 길 따라
쉴 새 없이 향기를 나르는
지리산 인월의
동트는 아침이다
◇김정숙(藝香)= 부산 출신 /≪문예사조 시부문 등단≫(2009년) / 부산문인협회이사 / 부산시인협회회원 / 부산남구문인협회회원 / 부산여류시인협회 낭송위원장 / 시사위문화예술회 초대회장 / 부산아시아공동체학교음악교사 / 예향음악학원 원장 / 부산음악학원연합회회장역임(2013년~2018년) / 학원총연합회부산지회 예술부회장역임 / 대표시집: 『시(詩)가 흐르는 강(江)(2013년)』 / 수상: 부산문학상 우수상(2014년), 백련낭송문학상 대상(2017년)
<해설> 산다는 것은 매순간 산을 오르는 과정과 같다. 우리는 매일 산 너머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고, 그것을 잡으러 매일 산을 넘는다. 매번 빈손으로 돌아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무지개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산을 넘게 만든다. 인간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산에 오른다. 무지개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매일 무언가에 다가가거나 멀어질 뿐인, 그 무언가에 끊임없이 다가가게 만드는 힘이 환상이라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분별의 자아이다. 삶은 그렇게 이끌리고,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 누구도 그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오직 허무만이 그 견고한 믿음을 의심한다. 적어도 욕망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방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욕망한다. 그것이 있는 곳에 내가 존재한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