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아이들
‘방콕’ 아이들
  • 승인 2020.03.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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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개학이 연기되었다. 처음에는 3월 2일부터 3월 6일까지 5일간 휴업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이는 코로나가 대구를 공포의 도시로 만든 것은 걱정하면서도 방학이 일주일 더 연장된 것에 좋아했다. 일주일 더 밤늦도록 친구랑 수다를 떨어도 되고, 동영상을 봐도 되고, 아침에는 엄마가 출근해도 잠을 더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삼시 세끼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부담과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을 하지 않는데 자기 주도학습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아이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좋아했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이 갑갑하여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돌아다니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했다. 다행히 아이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밖으로는 전혀 나가지 않고 거실도 잘 나오지 않았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방에만 있었다.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2월 23일 169명이 확진자로 발생한 이후 2백명, 5백명, 8백명 까지 하루 확진자가 나와서 대구는 감염관리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일주일간 확진 발생 인원수가 줄어들어야 아이들은 학교에 갈수 있을 것이다. 아니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몇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고, 아이 중 누군가가 감염되어 학교에 간다면 또다시 감염확산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일주일간 확진자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 다시 개학이 2주 연기되었다. 아이는 또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이젠 집에만 있는 것도 질릴 것 같은데 아직은 질릴 때가 되지 않았나보다. 엄마는 밥도 걱정, 수업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2주 동안 자기주도학습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아이가 프린트를 해달라며 메일을 보냈다.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공부할 단원과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할 내용을 만든 표였다. 마냥 놀게만 할 수 없어서 선생님들이 만든 과제물이었다. 아이는 울상을 지었지만 계속 할 일없이, 자기주도학습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루했는지 과제물을 작성했다. 엄마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3월 23일 개학을 할 수 있을까? 3월 15일부터 확진자수가 76명이 되더니 연속 74명, 84명 100명 미만으로 발생했다. 대구 확진자수는 40명미만이었다. 점점 줄어드는 확진인원 수가 공포감을 줄여 주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수도 더 많아졌고, 도로를 다니는 차량도 늘었다. 직장을 계속 다녔던 홍희는 조금씩 안심이 되고, 긴장이 풀리는 분위기를 느꼈다. 점점 줄어들면 다행이고, 빠른 기간안에 0명이 되는 날이 왔으면 했다. 다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이들도 32일에는 개학하기를 바랄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만 없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코로나 19는 위험하다. 교육부도 그런 위험을 감지했고 3월 17일 다시 개학을 4월 6일로 연기했다. 엄마들은 안심했다.

‘방콕’하던 아이는 방을 뛰쳐나왔다. 답답한 모양이다. 엄마가 집에 오면 엄마 옆에 와서 못 만나는 친구들 얘기를 한다. 필요한 거 있으면 주문하라는 말에는‘사람’이라고 말한다. 친구를 만나고 싶단다. 어찌하면 좋으랴. 학교에서는 계속 과제물을 내주고 사람은 못 만나고 이제 힘드나보다. 그래도 엄마는 아직은 ‘집콕’하길 원한다. 아직 집 밖은 위험하니까. 코로나19의 위험이 사라져 개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아이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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