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코로나19, 방심은 절대 금물
[윤덕우 칼럼]코로나19, 방심은 절대 금물
  • 승인 2020.03.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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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코로나 팬데믹.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자가 격리 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경제활동은 사실상 멈췄고, 금융시장은 불안하다. 전 세계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세계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중국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듯 했다. 이제는 유럽과 미국이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있다. 23일 현재 유럽의 확진자 수는 16만명을 초과, 이미 중국 확진자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유럽의 사망자수는 8700여명으로 중국의 사망자 3270명보다 2.6배 이상이다. 미국도 확진자가 4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34만여명, 사망자는 1만4천600여명을 넘어섰다. 10억명 이상에게는 외출자제령이 내려졌다.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하루 빨리 백신과 치료제만 나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는 1년 이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치료제는 그보다 빨리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는 방역이 최고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방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이영상(55) 원장이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개최한 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 복지부 직원 8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단 회의에서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참석한 자문 위원 6명에게 회의 시작 전 수차례 “마스크를 벗고 회의하자”고 권유했다.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결국 벗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마스크를 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열평안팎의 회의실에서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노란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다른 참석자들은 흰색이나 파란색 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한두가지 아니다. 전국 대학교수 6000여명이 가입한 교수 단체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지난 18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 국내 확산 사태에 대한 정부의 방역 대처 미흡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교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면서, 의료진과 시민들의 헌신을 도적질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교모는 이 성명서에서 “우한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초기에 중국발(發) 입국을 금지하지 않은 정부”라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보름이 넘게 지속되는 이 사태에 대해 사과는 고사하고 의료진과 시민들의 헌신에 대한 칭찬을 가로채어 자화자찬하기 바쁘다”라고 비판했다. 정교모는 또 “온 나라에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 난국 타개에 힘을 쏟아야 할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선거와 의석 확보라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몸은 바이러스로 병 들어가는데 정부의 머리는 환상정치에 빼앗겨 버렸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의료진과 병원에 대해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는 것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대구의 17세 고교생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두고,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가 영남대병원의 검사 오류를 지적한 데 대해 대구·경북의사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방역당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9일 대구에서 사망한 17세 고교생을 음성으로 최종 판정하면서 영남대병원 실험실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검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그 후 “영남대병원 검사 신뢰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검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영남대 의료진에 심각한 상처를 준 방역당국의 경솔한 자세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편 대구경북은 코로나19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집단지성과 시민정신은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대구형 방역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대만·홍콩·싱가포르와 달리 해외 감염원 차단에는 실패했지만 대구시민들의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재기 없는 위대한 시민의식과 자원봉사 정신, 집단감염을 일으킨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대구시의 전수 검사 실시, 경북대·영남대 병원의 획기적인 드라이브스루 조기운영, 민간병원과 의료진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협력, 바로 그것이다.

방역은 마지막까지 잔불관리가 중요하다. 감염병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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