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수입 0원에 공짜 학습지도…대구 학원가 ‘비명’
한달 수입 0원에 공짜 학습지도…대구 학원가 ‘비명’
  • 한지연
  • 승인 2020.03.23 2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원율 90% 유지…줄도산 위기
강사 월급 주려 대출 알아보고
장기 휴원에 학생들 이탈 우려
학원 문 닫고도 개인 학습 점검
학생 연령대 낮을수록 타격 커
정부 “직접·실질적 지원 마련을”
학원캡쳐본
대구지역 학원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휴원으로 인해 이탈하는 학원생을 붙잡기 위한 학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휴원 중인 한 학원은 수강료를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생들의 공부 진도를 확인해주고 있다. 휴대전화 캡쳐본.

#1. “학원 선생님들 월급 주려고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어요. 대구는 특히 다른 지역보다 학원 휴원율이 높은데, 지역 학원들이 줄줄이 쓰러지게 생겼죠.”

대구에서 초·중등부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변모(54)씨는 지난달 19일 휴원 이후 수입이 ‘0원’인 채로 지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되면서 휴원 기간을 더 연장키로 했지만 버텨낼 재간은 없다.

변씨는 “소득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학원 선생님 월급과 임대료 등을 해결하려니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1년 중 대부분의 신입 원생이 들어오는 신학기 2~3월을 허공에 날려 보내게 돼 올 한해를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2. 중·고등부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현모(47)씨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현씨는 학원 문을 닫은 채 수강료를 받지 않고 학생들의 공부 진도를 확인해주고 있다.

장기간 수업을 받지 못해 특히 불안해하는 고등부 학생들을 관리함과 동시에 휴원으로 인한 학원생 이탈 방지 목적 등이 있다. 개인 과외 등으로 학원생 이탈이 있는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쳐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현씨는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수업을 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학은 계속 미뤄져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학원가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비명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 개학을 수차례 미뤄지면서 새 학기 개학은 현재 4월 6일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학원에 휴원 권고가 내려진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대구시교육청의 ‘학원 및 교습소 휴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지역 학원은 90%대의 높은 휴원율을 유지하고 있다. 총 7천441개의 학원 및 교습소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0일까지 93~98%의 휴원 비율을 보인다.

타 시·도가 대체로 20~30%대의 휴원율을 나타내는 데 반해 지역 대다수 학원이 휴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셈이지만 사태 종식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학원생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구 북구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성모(여·46)씨는 “중·고등부 등 학생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대입을 앞두고 학업을 이어가려는 분위기가 크지만 유치부나 초등부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며 “개학 이후 자녀를 보내거나 아예 내년쯤에 등원을 고민해보겠다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씨는 정부가 학원에 휴원을 권고하며 내놓은 지원책을 두고 대체로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학원 지원책에는 휴원 영세학원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등이 있다.

성씨는 “휴원에 동참한 학원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며 “이대로는 줄 폐업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